억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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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비 쏟아지는 체육 시간
2011.04.13 수요일 1교시 시작하기 전이다. 나는 교실에 남아 아직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시간에 늦지 않게 커다란 고양이에 쫓기는 생쥐처럼, 복도 계단을 2칸씩 뛰어 내려간다. 현관문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잽싸게 달려나가니,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새의 부드러운 깃털로 간지르는 것처럼 목이 간질간질하다. 이제 남은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후다닥 오고, 체육 선생님께서 저벅저벅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체육 선생님께서 손을 위로 올리시며 "달려~!" 하시자마자, 맨 앞줄부터 아이들은 앞을 향해 주르르륵~ 밀리듯 달려나간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간에 쫓겨 교복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덧입다 보니, 금방 땀이 흐르고 몸을 찜통 속에 가둔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2011.04.14 -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우울한 날씨
2009.10 31 토요일 점심을 먹고 축농증 치료를 받으러 상가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제까지 아파트 단지마다 붉고 노란 나뭇잎이 땅바닥에 가득 뒹굴었고, 나뭇가지에도 빨간색 등불을 켜놓은 것처럼 예뻤는데, 오늘은 다르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그동안 가을을 지켰던 풍성한 나뭇잎을 한 잎도 남기지 않고 모두 떨어내버렸다. 그래서 나뭇가지들은 바짝 말라서 쪼글쪼글해진 할머니 손처럼, 또는 X레이에 찍은 해골의 손뼈처럼 가늘가늘 앙상하다.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톡 부러질 것 같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던, 가을의 빨간 축제가 매일 열리던 길목은 이제 끝났다. 내가 걷는 길은, 차가운 비가 투툴투툴 내리는 추억 속의 쓸쓸한 길이 돼버리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산 속에서 햇빛을 못 받아 어..
200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