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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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
2011.07.28 -
양주에서 보낸 한여름
2011.07.19 화요일 "슬라이드 타자~!", "안 돼! 은철아, 죽을지도 몰라!" 나랑 은철이는 실랑이를 벌이며 애꿎은 경훈이 팔만 잡아당겼다. 은철이는 경훈이의 왼팔을 잡아당겼고, 나는 경훈이의 오른팔을 잡아당기고, 경훈이는 드디어 "우악~!"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1년에 한 번씩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이동식 야외 수영장이다. 그렇다! 여기는 양주다! 오랜만에 양주를 찾아 초등학교 친구들과 수영장에 온 것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려고 일찍 집을 나섰을 때, 나는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젯밤엔 옛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에 부풀어 잠도 못 잤다. 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모레 방송 촬영이 있으니, 웬만하면 친구 집에서 자지 말고 늦게라..
2011.07.25 -
매점 아주머니 덕분에 되새긴 나의 블로그
2011.04.22 금요일 "후우, 하~!" 오늘도 매점에는 학생들이 사탕에 개미 꼬이듯이 모였다. 나도 그중에 먹을 것을 얻으려는 일개미처럼 끼어서, 겨우겨우 카운터 앞까지 도착해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 학교 매점은 맛난 것들을 많이 팔아서 점심시간, 학교 끝난 후 할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복작북적거린다. 나는 카운터 앞에 잠시 몸을 기대어 헐떡인 뒤에,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 내가 평소에 즐겨 먹는 과자를 사려 하였다. 어떤 선배가 군것질거리를 계산하고 있는데, 카운터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얘? 너 혹시 상우 아니니?" 하고 물어보셨다. 그 형아는 '웬 상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진짜 상우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엉뚱한 사람을 ..
2011.04.26 -
가출
2010.01.07 금요일 '끼이이익~!' 나는 쇳소리 나는 대문을 열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가 내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왔다. 하늘은 바다보다도 더 새파랬고,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햇빛이 쨍쨍했다. 아침부터 나는 답답했다. 방학 내내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꼼짝 않고 좁은 방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보았더니, 나의 몸은 에너지를 쓰지 못해 뻣뻣하고 근질거렸다. 엄마는 오늘따라 몸이 안 좋으신지, 표정도 안 좋고 잔소리만 하신다. 나는 엄마가 영우에게 잔소리하는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런데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옷을 챙겨입고 나오질 못했다. 얇은 바지 한 벌에 내복을 안 입고 양말도 안 신고, 목폴라에다가 스웨터 하나를 달랑 걸치고 잠바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하늘색과 ..
2011.01.10 -
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
2010.11.20 토요일 오늘은 민재가 전학 간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민재는 우리 반에서 6학년 때 처음 전학을 간 기록을 남겼다. 5학년 때까지 많은 아이가 전학 가는 것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전학 가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재와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을 때, 나는 사실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민재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나는 민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민재가 없으니 무언가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수업 시작할 때도, 회장인 민재를 대신해서 부회장인 은철이가 수업이 시작함을 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이상해!", "어색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
201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