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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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2008.09.06 토요일 나는 너무 아파, 일주일 전부터 경훈이와 놀기로 했던 약속도 취소하고,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상가마다 문을 열지 않았거나, 일찍 문을 닫은 병원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우리는 유일하게 문을 연, 4단지 상가 1층 소아과를 찾았다. 병원 안에는 먼저 온 아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아기는 유모차에 누워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끼야아아~" 울음을 터뜨렸고, 한 서너 살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는, 병원에 있는 인형의 바지를 내렸다 올렸다 하며 놀았다. 또 내 또래의 여자아이는 소파 위에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앉아 몸을 수그리고 핸드폰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요 며칠 동안 나는 계속 두통에 시달렸다..
2008.09.07 -
2007.03.19 가슴 아픈 사실
2007.03.19 월요일 학교에서 영어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학기 초에 공원 안 풀숲가에서 이름 모를 어린 나무를 발견했었는데 그 당시 그 나무는 키가 나와 맞먹었고, 잎사귀는 연두색이었고 껍질은 보들보들해서 아기 나무라 여겼다. 그런데 그 어린 나무 주위에 있는 나무들이 밑동만 남기고 싹둑 베어져 있었고, 베어진 나무 몸뚱이들이 시체처럼 풀숲에 널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여기 이 아기 나무만큼은 내가 지켜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 후로 매일 학교 오고 가는 길에 어린 나무를 만져주고 이야기도 걸고 이름도 무엇으로 지어줄까 고민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알게 되었다. 그 나무는 이제 막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윗 부분에 있는 굵은 가지들에 여..
200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