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5)
-
쿠폰 쓰기는 참 어려워!
2011.08.06 토요일 "하아히~!" 소리를 내며 영우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다시피 하였다. 아빠는 "아효~ 이런!" 하셨고, 나도 김이 빠져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똑같이 김빠진 콜라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우리 가족은 올여름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빠, 엄마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휴일마다 비와 태풍이 약속이라도 한 듯 들이닥쳤기 때문에, 사실 이번 여름에는 그저 달력에 그려진 바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서 태릉에 있는 수영장 반값 쿠폰을 끊으셔서 바다는 아니지만, 고기를 굽고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잠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
2011.08.11 -
동생과 샤워를!
2010.07.06 화요일 영우랑 나는 학교 끝나고 나서, 두 시간 쯤 축구를 하고 놀았다. 우리 몸은 사우나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벌레가 허물을 벗듯이, 옷을 홀딱 벗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갔다. 나는 먼저 샤워기를 높은데다가 고정하고, 물을 틀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졌다. 우리는 잡혔다가 풀려난 물고기처럼 몸을 닿는 대로 적시고, 입안에도 떨어지는 물을 한 움큼 물고, "가가가각~!" 한 다음에 풉~ 뱉어내었다. 나는 더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싶어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영우는 "우게겍~!" 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할 수 없이 미지근한 물로 온도를 맞추었다. 나는 이번엔 샤워기를 들고 얼굴부터 물을 맞고, 한 바..
2010.07.07 -
아빠 발씻기는 힘들어!
2008.09.01 월요일 밤 10시, 세족의 날 숙제로 아빠 발을 씻겨 드려야 하는데, 아빠는 최근에 발을 깨끗이 씻어서 굳이 닦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자꾸 피하셨다. 아빠 말대로 아빠 발은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아빠를 끌고 가서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혔다. 나는 물을 틀어 커다란 대야에 받았는데 온도를 조절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처음에 받을 때는 온도가 너무 미적지근해서 물을 좀 버리고 다시 받았다. 그랬더니 물에서 김이 펄펄 났다. 나는 온도가 어떤 상태인지 보려고 손을 물에 넣었다가, "앗!" 하고 소리 지르며 뺐다. 물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 것이다. 이번에도 내가 물을 버리려 하자, 아빠는 차라리 차가운 물을 섞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니 진짜 물이 식혀졌다...
2008.09.05 -
아버지 발을 씻으며
2008.05.11 일요일 학교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노고를 덜어 드리라는 뜻으로 부모님의 발 씻기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목욕탕에 있는 세숫대야 중에 제일 큰 대야를 골라 샤워기로 한번 씻어내었다. 그런 다음 다시 샤워기를 틀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물 온도가 아빠 발에 맞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아빠는 적당하다고 하셨다. 아빠는 발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듯 머뭇머뭇 하시다가, 바지를 걷고 대야에 발을 담그셨다. 나는 비누에 물을 묻혀 손바닥에 칠하고, 박박 문질러 뽀글뽀글 거품을 내었다. 그리고 크림 같은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을 아빠 발에 꼼꼼히 문질렀다. 마치 내 손이 붓이 되어 페인트칠을 하는 기분으로 부드럽게 아빠 발을 닦았다. 특히 무좀이 심해서 고생하셨다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더 ..
2008.05.13 -
얼음 땡
2007.11.23 금요일 급식을 다 먹고 나서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희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우야, 얼음 땡 놀이하자!" 그래서 "음, 좋아, 그럼 우석이도 같이 하자!" 했다. 우리는 비를 피해 본관과 별관을 이어주는 통로를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그 통로에는 5,6학년 형들이 모여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치가 보여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희지가 용감하게 끼어들어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술래다. 우석이는 쉽게 도망가지 않고 한 곳에 서서, 팔짱을 끼고 몸을 건들건들 흔들며 나 잡아봐란 듯이 여유를 부렸다. 내가 달려가 바로 코앞까지 손을 뻗었을 때, 우석이가 "얼음!"하고 외쳤다. 희지는 형들이 잡기 놀이 하는 사이를 너구리처럼 샥샥샥샥 빠져나가며 열심히 도망을 다녔다. 빠른 ..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