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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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10.10.21 -
아슬아슬한 미용실
2010.02.12 금요일 영우와 나는 오랜만에 이발 하였다. 나는 상가 병원에 들렸다 가고, 엄마랑 영우는 블루클럽에 먼저 가 있었다. 나는 감기약을 지어서, 함박눈이 오는 상가 앞을 부리나케 뛰어서 블루클럽에 도착했다. 오, 그런데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엄마와 영우가 한 15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아직 머리 깎는 의자에도 앉지 못한 것이다. 나는 흠~ 한숨을 쉬며, 엄마와 영우 옆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설연휴라서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가려는 줄이 많은 거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미용사 아줌마들이 두려워하는 영우 차례가 되었다. 영우는 매우 간지럼을 잘 타기 때문이다. 영우는 아래쪽을 향해서 무언가를 감춘 듯이 실실 웃다가, 급기야는 왼쪽 턱을 어깨에 붙인 상태에서 "께..
2010.02.15 -
끝장나게 추운 날
2009. 12.15 화요일 계단 청소를 마치고 교실을 나섰는데,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창틈마다 차가운 바람이 위이잉 하고 새어나올 뿐! 바람은 복도를 물길 삼아 돌다가, 가스가 새듯이 흘러들어 복도 안을 불안하게 워~ 돌아다녔고, 나는 이 바람이 몸을 스르륵 통과하는 유령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을 때, 내 몸은 눈사태 같은 추위에 파묻혀버렸다. 나는 추위에 쪼그라든 몸을 최대한 빨리 일으켜 얼음처럼 딱딱한 신발을 후닥닥 갈아신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내려갈 때 내 몸은, 바람에 밀리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운석처럼 타타타타~ 굴러 떨어졌다. 그러자 정문은 괴물처럼 입을 쩍 벌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더 큰 바람을 쿠후우..
2009.12.16 -
검은 손톱
2009.06.25 목요일 1교시 미술 시간, 아침에 학교 앞 문구사에서 산 붓펜을, 나는 요리조리 돌려가며 살펴보다가, 선생님께 여쭈었다. "선생님, 이 붓펜은 연필을 잡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나요? 붓을 쥐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나요?" 하니까, 아이들이 먼저 "이 바보야, 당연히 연필을 잡는 방법으로 쥐어야지!" 했다. 모두가 붓펜으로 화선지 위에 수묵담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화선지 밑에는 선생님께서 나누어주신, 옛날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린 붓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깔았다. 그리고 화선지에 비추는 그 그림을 붓펜으로 정성스럽게 따라 그리면 되었다. 나는 분명히 김홍도 아니면 신윤복 화백이 그렸을 법한, 광대놀이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것은 긴소매 옷을 입은 광대가, 왼쪽 팔은 머리 위로 쳐들고, ..
2009.06.27 -
사탕
2007.11.28 수요일 학교에서 영어 특강이 있는 월요일과 수요일은 수업을 마친 후 교실 청소를 두 명씩 번갈아가며 하는데, 오늘은 5학년 예슬이 누나와 내 차례다. 누나와 나는 교실을 반으로 나누어 비질하였다. 나는 책상과 의자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먼지와 종이 쪼가리를 싹싹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렸고, 흐트러진 책상을 바로잡아 줄을 맞추었다. 청소가 끝나고 영어 선생님께서 잘했다고 막대 사탕 한 개씩을 주셨다. 나는 "고맙습니다!"하고, 사탕을 싼 종이 껍데기를 벗겨 잠바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사탕을 입에 물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데 사탕이 너무 달콤해서 나도 모르게 "음~"하고 눈을 감았다. 구슬 같은 동그란 사탕 알을 입 속에 넣고 굴려가며 먹었는데, 딸기 밀크 셰이크 맛이 혀끝부터 입 안..
200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