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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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
2010.09.11 토요일 나는 얼마 전에 TV에서 나온 감동적인 영화, 를 보고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 읽은 책 중에 개 키우기에 관한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는 귀여운 개와 주인과 친하게 지내며 교감을 하는 개의 사진들이 애틋하게 실려 있다. 어느덧 나는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가 분화구처럼 폭발하게 되었다. 음, 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개와 친하게 지내고 재미있게 놀며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러고 싶다. 물론 개가 짖고, 털이 많이 빠지고, 사료비에 예방 접종, 똥 누고 오줌 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털이 안 빠지고 잘 짖지 않는 종의 개도..
2010.09.14 -
윗몸을 힘껏 말아 올려요!
2009.10.20 화요일 오늘은 초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기초체력을 테스트하는 체력장을 하는 날이다. 5교시, 우리 반은 유연성 테스트를 받기 위해, 남자 여자 키순으로 복도에서 줄을 맞추어 강당으로 향했다. 선생님께서 강당 문을 여시자, 벌떼가 벌집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좁은 강당 문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다. 강당에는 이미 5학년 아이들 줄로 꽉 차 있었다. 우리 반은 강당 창문 벽 쪽에 두 줄로 딱 붙어 섰다. 무대에서 1반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아직 2반이 안왔으니 시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셨다. 2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 아이와 제각기 가위 바위 보, 묵찌빠, 참참참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무려 2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소리가..
2009.10.22 -
그리운 사람
2009.06.12 금요일 피아노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오늘따라 따뜻하고 편안한 주황색 햇살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학원버스 안에서, 3학년 여자 동생 아이랑 여느 때처럼 끝말잇기를 하며 쿡쿠~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내 몸의 혼이 일부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창문 바로 옆 인도에 아주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버스 바로 옆 잡힐 듯한 거리에서, 조금 앞서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달리는 아저씨는, 누군가를 꼭 빼닮았다. 챙이 있는 밀짚모자를 헐렁하게 얹어 쓰고, 하얀색과 하늘색 체크무늬 남방에 허름한 바지를 입고, 바람을 느끼듯 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하며 그림처럼 달리는 그 사..
2009.06.13 -
황금 연필
2009.03.17 화요일 5교시가 끝나자 우리 반은 모둠별로 나가 선생님께 알림장 검사를 맡았다. 알림장 검사를 다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호준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상우야, 아까전에 그 파란색 파워레인저 연필, 니꺼 아니니?" 하였다. 나는 점심 시간에 5교시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은 홍범이가 몽당연필을 쓰는 걸 보고, 새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준 일이 생각났다. 연필을 돌려주려나 보다 생각하고 "응." 고개를 끄덕였는데, 호준이가 다짜고짜 홍범이 뒤에 앉은 태국이에게 "거봐~! 상우거 맞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벙벙하였는데, 태국이가 눈을 흘기며 "아냐~! 이거 내거거든!" 하고 맞받아쳤다. 태국이가 쥔 연필은 내 연필이 맞았다. 그런데 태국이는 며칠 전에 잃..
2009.03.18 -
끔찍한 축구 시합
2008.05.16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시합을 하였다. 남자들은 제일 축구 잘하는 아이 2명을 주장으로 뽑고, 뽑힌 주장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자기 팀에 넣고 싶은 애를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팀이 다 채워져 가고, 나 말고 3명이 남았다. 나는 이성환이라는 애가 주장인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환이는 나를 자기 팀에 넣어주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 할 거야! 나는 공격 미드필더 할 거야! 하면서 역할을 정하는데, 나는 뭘 해도 못하니 딱히 할 게 없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몸집이 커서 공을 잘 막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를 골키퍼로 몰아세웠다. 난 마음속으로는 '어어, ..
2008.05.20 -
2007.03.19 가슴 아픈 사실
2007.03.19 월요일 학교에서 영어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학기 초에 공원 안 풀숲가에서 이름 모를 어린 나무를 발견했었는데 그 당시 그 나무는 키가 나와 맞먹었고, 잎사귀는 연두색이었고 껍질은 보들보들해서 아기 나무라 여겼다. 그런데 그 어린 나무 주위에 있는 나무들이 밑동만 남기고 싹둑 베어져 있었고, 베어진 나무 몸뚱이들이 시체처럼 풀숲에 널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여기 이 아기 나무만큼은 내가 지켜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 후로 매일 학교 오고 가는 길에 어린 나무를 만져주고 이야기도 걸고 이름도 무엇으로 지어줄까 고민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알게 되었다. 그 나무는 이제 막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윗 부분에 있는 굵은 가지들에 여..
200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