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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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의 낙서
2013.07.13 토요일 비가 징글맞게도 내린다. 생각은 장맛비처럼 징글징글 내려와 머릿속을 덮는다. 비가 무슨 죄냐만 블로그의 하얀 공간에 뭘 써내려갈지 모르겠는데, 비는 자꾸 추적추적 내려서 내 집중력을 방해하니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뱅가랭(bangarang)으로 어지러운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 듣는 취향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들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사도 없고 어지러운 비트가 계속 귀를 강타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빼내기에는 딱 좋은 음악같다. 소형 선풍기 바람은 정말 애매하다. 내 몸쪽으로 계속 고정시켜 놓으면 몸이 시렵고 머리가 차갑게 띵한데,..
2013.07.14 -
라면 밥과 독서 캠프
2011.07.29 금요일 엊그제 아침, 우리 학교 고은미 국어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주 내가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 논술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슈퍼블로거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밤, 나는 햇빛에 거의 화상 입은 듯이 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냉찜질을 하고 통증에 시달리며 '오, 하느님!'을 밤새 부르짖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요번에는 꼭 가겠노라 다짐을 한 금요일이다. 요즘같이 추적 추적 비가 오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리도록 더운 날에는 밖에서 뛰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책만 보기에는 갑갑하고 덥다. 선풍기를 틀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젖는다. 집 밖에서도, 집안에서도 괴로운 날씨고, 청춘이 아까운 시절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2011.08.03 -
이름 없는 삼계탕 집
2010.07.25 일요일 오늘은 8월에 이사할 할머니 댁에 겨울옷을 정리하러 갔다. 옷걸이를 설치하고, 그 많은 옷을 걸어놓는 일은 가족이 도와가며 하니, 착착 진행되어 빨리 끝났다. 일이 끝나고 할머니께서는 더운 날씨에 우리 몸보신 하라고, 유명한 삼계탕을 사주신다고 하였다. 토속촌은 할머니 댁에서 몇 골목만 돌아가면 나오는 곳인데, 작년 이맘때도 사주셔서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맛에 이끌려 수많은 사람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먹는 데는 아주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계탕 노래를 불렀던 나와 영우는, 골목길을 힘차게 폴짝폴짝 앞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골목이 나왔다. 그 골목에..
20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