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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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9 신체검사
2006.05.09 화요일 오들 신체 검사 시간에 나는 마음이 떨렸다. 그 이유는 혹시 내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지는 않으려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친구들이 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걸 알면 뚱뚱보라고 놀릴 거다. 우리 할아버지도 나를 뚱뚱하다고 걱정하신다.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쇼파에 매달려 장난도 치면서 키와 몸무게를 재었다. 아이들이 기둥에 몸을 딱 붙이고 재는 모습이 이집트 벽화 같았다. 내 차례가 되어 신발을 벗고 발판 위에 올라가 몸을 피고 서 있으니까 갑자기 머리 위로 초록색 막대기가 `즈으으으으 탁!`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134, 42" 라고 불러 주셨다. 나는 키는 더 커지면 좋겠고 살은 빼고 싶다.
2006.05.09 -
2006.04.29 꼭지점 댄스
2006.04.29 금요일 오늘은 꼭지점 댄스를 연습하였다. 교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보고 따라 하였다. 며칠 전부터 계속 조선시대에 와서 군사 훈련을 받는 것처럼 연습을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교실 텔레비가 검정색으로 나와서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에서 꼭지점 댄스를 제일 잘하는 친구 3명을 불렀다. 그리고 칠판 앞에서 꼭지점 댄스를 추게했다. 처음은 땅을 제자리에서 차면서 밑으로 내리 쳐서 3각형이 되도록 하고 밑이 뾰족하게 되게 하였다. 꼭지점 댄스를 계속 추니까 점점 더 신이 났다. 선생님도 댄스를 추었는데 신나서 열심히 추었다. 마치 우리 반 참새떼들이 한꺼번에 푸드득 날개짓 하는 것 같았다.
2006.04.29 -
2006.04.01 학교 오시는 선생님
2006.04.01 토요일 내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2학년 2반 아이들 중에서 몇 명이 창문 밖을 뚫어지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가방을 풀어 놓고 창문 밖을 같이 내려다 보았다. 몇 분 뒤 후문으로 선생님이 걸어오고 계셨다. 아이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신이나서 엉덩이를 흔들며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께서는 위를 올려다 보시며 후문으로 들어 오셨다. 우리 반 친구가 "선생님 오신다!" 하니까 모두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2006.04.01 -
2006.03.23 사라진 아이들
2006.03.23 목요일 나는 목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3교시에 학교에 왔다. 그런데 교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장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나는 운동장 전체가 잘 보이는 스탠드 맨가운데 서 보았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고 보들 보들하고 키가 큰 우리 선생님과 아이들은 아무데에도 없었고 다른 반만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교실로 올라 갔는데 복도에서 우리반 승호를 만났다. 모두 컴퓨터실에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안심했다.
2006.03.23 -
2006.03.18 푸른 나무들
2006.03.18 토요일 1교시 때 선생님께서 "창문을 보세요.우리 학교 앞에 있는 나무들이 조금씩 조금씩 파릇 파릇 잎이 파릇 파릇 돋아나고 있어요. 이제 초봄이라서 다 푸르게 변한건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푸르게 변해가고 있답니다." 라고 말씀 하셨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점점 창가 쪽으로 몰려 들었다. 아이들이 북적 북적 거리며 "와! 저것 좀 봐 진짜 푸르네!" 하고 소리쳤다. 나는 속으로 "아하! 나도 저렇게 푸른 나무가 되겠는 걸!" 했다.
2006.03.18 -
2005.11.29 미술 학원 선생님이 주신 한 권의 책
2005.11.29 화요일 내 동생 영우는 학원에서 돌아오자 뭔가를 감추는 듯이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나한테는 왜 이런 걸 안 해 주는거야라고 말 하고 싶은 표정으로 갑자기 등 뒤에서 책을 내밀어 나한테 주었다. 책 표지에는 쪽지도 붙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미술학원을 다닐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푸른 꿈반 선생님이 보낸 선물이었다. 선생님은 쪽지에 여자 친구가 생겼냐고 물으셨고 책을 재미있게 읽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선생님께 편지를 쓰지 못한 것이 미안하였다. 나는 미술학원 다닐 때에 엉뚱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항상 웃어 주며 나의 엉뚱함을 이해해 주셨다. 나는 얼떨떨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선생님이 주신 '한국 신화'라는 책을 펼쳐 보기 시작하였다.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