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희(10)
-
달려라, 철마야!
2010.06.06 일요일 현관문을 열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계단을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났다. 석희가 어느새 올라와 내 어깨를 잡으며 "상우, 잡았다!"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온 석희와 나, 그리고 재호의 한편의 자전거를 탄, 서부 영화 같은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석희와 재호는 먼저 4단지 쪽으로 쭉~ 도망쳤다. 곧이어 나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영리한 석희는 큰길로 빠져서 멀리 나가는 듯하더니, 교묘하게 내 뒤로 다시 돌아와 달렸다. 그리고는 또 사라졌다. 나는 계속 헉헉거리면서 4단지를 돌았지만, 석희와 재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왠지 헛고생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중앙공원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자전거를 탄 재호와 석희가 매복해있었다. 석희와 재호는 눈치채고 "야, 상우다..
2010.06.07 -
자전거를 타고 달려라!
2010.05.22 토요일 "자! 처음에는 아빠가 밀어줄게, 그럼 넌 핸들을 조종해서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봐!" 오늘 새로 배달 온 자전거의 첫 연습은 균형 잡기였다. 처음에는 자꾸 넘어지기만 했는데, 차차 오래 버티고 균형 잡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에 들어갔다. 아빠는 뒤에서 한번 세게 밀어주시고, 나는 왼발은 페달을 밟고 있고 오른발로는 땅을 한 번, 두 번, 세 번 힘껏 친 뒤에, 재빨리 페달에 올라 발을 구르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내가 석희의 자전거를 타보았을 때, 이것에 계속 실패하여서 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서 다시 도전했다. 나의 자전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주었고, 어느샌가 나도 더 ..
2010.05.29 -
5등을 한 줄다리기
2010.04.08 목요일 오늘 우리 반은 일찍부터, 6교시 합동 체육 시간에 줄다리기를 한다는 소문에 웅성거렸다. 나는 줄넘기나 힘을 많이 빼는 운동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줄다리기가 은근히 기다려졌다. 드디어 6교시 합체 시간, 운동장에는 기다란 밧줄이 놓여 있었다. 아주 길고 내 팔뚝만 한 굵기에, 크고 튼튼한 새끼줄로 만든 밧줄이었다. 일단은 몸 풀기 운동을 하고, 선생님께서 짜신 대진표대로, 6학년 1반과 6반이 먼저 경기를 하였다. 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서 할 줄 알았는데... "자, 준비!" 5반 선생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모든 아이는 숨을 죽였다. "뎅~에엥~" 징소리가 웅장하게 울리고, 1반과 6반이 일제히 일어서서 줄을 잡고 잡아당겼다. 동시에 응원하는 아이들도 ..
2010.04.10 -
처음 해보는 총싸움
2010.04.03 토요일 "우리, 서바이벌 게임 할래?" 적막을 깨고 민웅이가 말했다. 오늘 과학대회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민웅이와 석희가 우리 집에 놀러 와 한 제안이었다. "그래, 하자! 상우야, 너도 총 있잖아! 총 뒀다 뭐해? 우리도 총 있으니까 가져올게!" 석희도 신난 듯이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겁이 덜컥 났다. 난 총이 있어도 서바이벌 게임은 안 해봤다. 다른 아이들 노는 것은 구경했는데, 총알에 맞으면 많이 아플까 봐 엄두를 못 냈다. '으~ 난 못해!' 생각했지만, 결국 호기심에 '총을 묵혀두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지!" 하며 게임을 하기로 하였다. 얼굴에 맞히면 퇴장시킨다는 규칙을 정하고, 민웅이는 암살자, 석희는 대통령, 나는 경호원 역을 맡았다. 민웅이가 먼저 대통령을 세 발 ..
2010.04.07 -
황사 탈출하기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
2010.03.21 -
친구 집에서 옷 말리기
2010.02.22 월요일 "아,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아,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이런!" 석희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307동 문앞, 계단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축구공으로 놀다가, 그만 서로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친 것이다. 장난을 친 뒤 우리는 온통 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장난치는 걸 바라보던 영우는, 고개를 저으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눈을 감고 "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눈이 슬슬 녹아서, 단지 전체가 조금이라도 움푹 팬 곳에는 물로 가득 채워지고, 맨땅에도 물구덩이가 여러 곳이 생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철벅 철벅 공을 발로 차고 놀았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 바지는 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양말도 축축해지고 신발 안에까..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