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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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물세례를 맞은 날
2011.05.20 금요일 지금 내 몸에서는 하수구의 폐수 냄새가 나고, 온몸이 찝찝하도록 꼬질꼬질 더러운 똥물이 묻어 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투 툭, 투 톡~!" 비까지 내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비참한 기분이 안 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필립이와 지홍이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롯가에 하수구 공사를 했는지, 하수구 뚜껑이 열려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질과 비가 뒤섞여, 인도와 차도 사이에 신기한 물감 같은 액체가 엄청 고여 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와 친구들은 호기심이 들어 하수구 앞에 가까이 가 보았다. 구멍이 뚫린 하수구는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다. 필립이는 "상우야! 이거 되게 불쾌하다! 빨리 가자!" 하..
2011.05.24 -
처음으로 다녀온 수영교실
2010.02.01 화요일 오늘부터 나는 동네 문화체육센터에서 2월 한 달간, 수영과 농구를 배운다. 나에게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운동하게 해주신 큰삼촌께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나는 나름대로 수영을 즐길 줄은 알지만, 배워본 적이 없어서 마구잡이 수영을 한다.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배워서 수영다운 수영을 하리라! 나는 얼마나 서둘렀는지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였다. 그러고도 숨 돌릴 틈 없이 두다다다~ 사직공원을 지나, 가파른 언덕에 있는 문화체육센터로 쏜살같이 달렸다. 체육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그동안의 허물을 벗겨 내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였다. 샤워하면서 목도 돌리고 학교 힘찬이 교실에서 배웠던 몸풀기 체조도 하였다. 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샤워실의 따뜻한 공기..
2011.02.02 -
엄마보다 커버린 나
2010.06.08 화요일 학교 갔다 와서 샤워한 뒤, 옷을 입고 드라이를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키를 재보자고 내 옆에 서보셨다. 화장대 거울에, 나와 내 옆에선 엄마의 모습이 나란히 비추어졌다.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나와 엄마의 키가 비슷비슷했었다. 때로는 엄마가 키높이 신발을 신으셔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로 보니 어느새 내 키가 엄마보다 훌쩍 더 커 있었다. 5학년 때만 해도 엄마보다 작았던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상상하지 못하였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네 살인가, 다섯 살인가? 할인마트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미아보호소에서 방송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엄마가 달려오셨다. 그때 고개 숙여 나를 안아주던 엄마는 정말로 커 보였다. 그래서 언제나 엄마..
2010.06.09 -
나의 여름 방학 계획
2008.07.18 금요일 우리 반은 미국에서 와서 한동안 같이 공부했던 성건이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섭섭해하며, 왠지 조금 우울한 기분으로 방학을 맞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번 방학 때 하고 싶은 것과,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나누어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다. 먼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하고 싶은 일들이 흘러 넘쳤다. 가족과 여행하기, 곤충 박물관에 가보기, 영화 보기, 영우와 신나게 뛰어놀기, 온 동네를 다니며 무엇이 있나 샅샅이 관찰해보기, 배낭 메고 천보산 정상에 올라가기, 지는 노을을 보며 베란다에 돗자리 깔고 앉아 레모네이드 마시기, 가끔 늦은 밤에 엄마, 아빠와 TV 콘서트 7080 음악..
2008.07.19 -
2007.03.24 물 막기 놀이
2007.03.24 토요일 오늘은 가족과 함께 버스를 타고 스파렉스 사우나로 목욕을 하러 갔다. 찜질을 끝내고 나서 남탕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간단한 몸풀기 운동을 하였다. 아빠랑 영우랑 파도 건강탕으로 들어갔는데 영우는 물이 목까지 차올라서 아빠에게 딱 붙었다. 탕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들어갔을 땐, 물이 차갑게 느껴져서 닭싸움을 하듯이 한쪽 발을 들고 물 속에서 깽깽이로 뛰었다. 그랬더니 차차 온도가 따뜻해졌다. 그런데 그 탕에는 한쪽 벽에 버튼이 3개 있는데 맨 오른쪽 걸 누르면 맞은 편에서 4개의 물줄기가 일제히 폭포처럼 솟구쳐 나온다. 나는 등으로 배로 물줄기를 막다가 "영우야, 적군이 처들어 온다! 같이 막자!" 해서 본격적으로 물 막기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
200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