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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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2015.04.16 목요일 날씨가 맑아질 것 같지가 않다. 운동장에 모래가 하늘로 모두 옮겨 심어진 것 마냥, 하늘빛이 뿌연 황토색이다. 사막의 모래바람 같은 흑색의 하늘... 한줌의 습기도 없을 것 같은 하늘에서는 습하고 무거운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서럽게 울다가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우는 것처럼 하늘에서는 죽은 아이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흐른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째 되는 날, 국가원수는 해외로 내뺐다. 정부는 추악한 발톱으로 유가족의 상처를 헐뜯기에 바빴고, 그의 하수인 언론과 방송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울음을,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욕심으로 매도하는 여론을 조성하기에만 혈안이다. 검찰도 이에 미쳐 날뛴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2015.04.16 -
무너지는 산과 일어나는 도시
2011.12.08.목요일 오늘은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다. 솔직히 이번 기말고사는 중학교 첫 1년을 그냥 날려버린 것 같은 기분에 착잡하고 숨이 막혀온다. 나는 한숨에 밀려 풀잎이와 함께 나도 모르게 숨이 탁 트이는 산을 오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던가? 나의 학교생활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진실을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교 공부가 때로는 진실을 외면하는 수단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구는 아이들에게 질렸다. 공부를 못해서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는 학생은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훈화하시는 교장 선생님과 삶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면 학생은 공부해야지 그런 거 알아서 뭐하냐는 냉랭한 분위기의 ..
2011.12.12 -
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
2011.08.30 -
땀 비 쏟아지는 체육 시간
2011.04.13 수요일 1교시 시작하기 전이다. 나는 교실에 남아 아직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시간에 늦지 않게 커다란 고양이에 쫓기는 생쥐처럼, 복도 계단을 2칸씩 뛰어 내려간다. 현관문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잽싸게 달려나가니,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새의 부드러운 깃털로 간지르는 것처럼 목이 간질간질하다. 이제 남은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후다닥 오고, 체육 선생님께서 저벅저벅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체육 선생님께서 손을 위로 올리시며 "달려~!" 하시자마자, 맨 앞줄부터 아이들은 앞을 향해 주르르륵~ 밀리듯 달려나간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간에 쫓겨 교복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덧입다 보니, 금방 땀이 흐르고 몸을 찜통 속에 가둔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2011.04.14 -
깨어진 안경
2010.07.19 월요일 오늘은 유난히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다. 학교에서 받은 묵직한 새 교과서를 가방에 한가득 메고 오는데, 몸은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땀은 폭포수처럼 흘렀다. 꼭 숯불 가마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옷이 끈적끈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오늘이 초복 날이라는데, 꼭 내가 닭 대신에 고기가 되어 익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 일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더운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잘 가, 석희야! 잘 가, 민석아!", "그래, 상우야, 잘 가!", "너도 잘 가!" 우리는 각자 집으로 가는 4단지의 끝 길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허억허억~" 정말로 더웠다. 사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태양이 커다랗게 떠서, 나에게 햇빛을 내려보내 지렁이처럼 말려 죽이려..
2010.07.21 -
황사 탈출하기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
201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