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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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
2010.11.24 수요일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일기 주제는 이다. 나는 언뜻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우리 가정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족 모두 살아 있고, 팔다리는 멀쩡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어서 슬픔과 피로에 잠겨 있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가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곰곰 더 생각해보니 그냥 가정이 온전한 틀만 가지고..
2010.11.27 -
재미있는 세 권의 책
2009.01.22 목요일 나이는 5살이지만 친구처럼 느껴지는 꼬마 소녀 마틸다! 난 올해 12살이 되는 상우라고 해. 부모님이 앉아서 TV만 보라고 강요하는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책을 사랑하는 네 모습이 존경스러워. 걸핏하면 학생들의 머리채를 잡고 던져버리는, 사랑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이 포악한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 밑에서, 숨 막히는 학교생활을 해야 했지. 나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가버렸을 거야. 특히 항상 교장 선생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음모를 밝혀낸 그 용기, 정말 대단하다! 마틸다, 만약에 네가 우주를 뛰어넘은 공간을 발견하고,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집을 만든다고 떠들고 다녀도, 나는 네 말을 믿을 거야. 넌 계획성 있고 침착하니까! 만약에 한 나라에 천분의 ..
2009.01.23 -
내게 너무 먼 팽이 장난감
2009.01.10 토요일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스텐드 불을 켠 뒤, 후들거리는 손으로 스르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 껌같이 접어 숨겨놓은 비상금 만 원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산책하는 척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는 건조해서 코끝이 말랐고, 조금 걸으니 얼음 조각이 온몸에 박히는 것처럼 차가왔다. 내가 아침 일찍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 이유는, 오래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팽이를 사기 위해서다. 그것도 엄마, 아빠 자고 계신 틈을 타서 몰래! 그 장난감 팽이는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것인데, 난 그게 재미있어 보였고, 갖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안된다고 하신다. 무슨 팽이가 7천 원 씩이나 하냐며, 도대체 정신이 있느냐고 펄쩍 뛰다시피 하셨다. 그리고 그런 ..
2009.01.13 -
아버지 발을 씻으며
2008.05.11 일요일 학교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노고를 덜어 드리라는 뜻으로 부모님의 발 씻기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목욕탕에 있는 세숫대야 중에 제일 큰 대야를 골라 샤워기로 한번 씻어내었다. 그런 다음 다시 샤워기를 틀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물 온도가 아빠 발에 맞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아빠는 적당하다고 하셨다. 아빠는 발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듯 머뭇머뭇 하시다가, 바지를 걷고 대야에 발을 담그셨다. 나는 비누에 물을 묻혀 손바닥에 칠하고, 박박 문질러 뽀글뽀글 거품을 내었다. 그리고 크림 같은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을 아빠 발에 꼼꼼히 문질렀다. 마치 내 손이 붓이 되어 페인트칠을 하는 기분으로 부드럽게 아빠 발을 닦았다. 특히 무좀이 심해서 고생하셨다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더 ..
2008.05.13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어거스트 러쉬의 모험
2007.12.07 금요일 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슨 내용인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읽었던 라는 책에서 내용을 알면 기대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어거스트 러쉬가 넓은 초록색 갈대밭에서 두 손을 펼치고 흔들면 갈대들이 따라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걸 보고, 나는 무슨 어린이 마법사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어거스트 러쉬는 마법사가 아니라 고아였고, 주위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비록 어거스트 러쉬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도 가끔 공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바람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고, 내가 바람과 함께 녹아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에..
2007.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