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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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동전 바꾸기
2010.08.03 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낡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미술 보관함에 묻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 돼지 저금통은, 낡아서 금이 쩍쩍 가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저금통 안에는 밑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는 돈이 있었다. 동전을 흔드니 쐐아쐐아~! 소리가 났다. 나와 영우는 저금통을 흔들어서,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을 빼내었다. 동전은 잘 나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양도 훨씬 많았다. 동전은 정말 양이 줄지 않는 것처럼, 계속 찔렁찔렁~ 침대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영우는 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처럼 동그래지고, 입이 동굴처럼 쩍 벌어졌다. 동전은 계속 쏟아지더니 결국에는 저금통 바닥을 들어내고, 내 침대 위에 기분 좋게 ..
2010.08.04 -
2007.04.12 불소 양치
2007.04.12 수요일 3학년 4반은 불소 양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앗싸! 신난다."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 냄새는 식초같고 맛은 느끼한 불소 양치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교실 문이 열리고 불소 용액이 든 봉지를 들고 우리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은 일제히 "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특히 내 짝 승진이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아' 벌리고 고개를 해바라기처럼 위로 올렸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듯이 '아' 하시면서 불소약을 넣어 주셨다. 내가 맨 마지막 차례라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약을 더 많이 넣어 주시는 것 같았다. ..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