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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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음악회 감상문
2011.08.18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거셨다고 한다. 개학한 지 3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방학 숙제를 안 내서 꼭 가져오라고! 나는 '어마, 뜨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처하였다. 우리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클래식이나 국악 연주회를 직접 보고 소감문을 한 편 써오라는 방학 과제물을 내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렁얼렁 미루다가, 내가 찜한 덕수궁에서 열리는 무료 재즈음악회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음악 감상문을 쓰려니 막막했다. TV에서 보았던 에 대한 감상을 써볼까? 아니지, 클래식 음악이어야 한댔지? 나는 낯익은 한 편의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에서 찾아 들으며 즉흥적으로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일 선생님께서 이 감상문을 받아주실지 모르겠지만, 과제물에..
2011.08.21 -
보성 3호의 갈매기
2011.03.26 토요일 위이이잉~ 취이이이이~! 갑자기 일정하게 웅웅대던 엔진 소리가 몰라보게 커지고, 배가 한번 흔들렸다. 꾸웅~! 소리가 들리면서, 땅과 배를 연결하던 다리가 올라가고, 보성 3호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출발하였다! 우리는 지금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바다 한가운데,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르는 보성 3호에 타고 있다. 아직 날이 덜 풀리고 바다라서 바람은 매섭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본 바다가 반갑고 정겨울 뿐이었다! 반가운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뾰쪽한 콧날, 부드럽고 하얀 피부, 길게 뻗은 팔다리로 힘차게 나는 갈매기이다! 갈매기들은 꼭 술래잡기를 하듯이, 보성 3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승객들에게 새우깡을 얻어먹었다. 나와 영우도 갈매..
2011.03.28 -
처음으로 싸운 날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
2011.03.23 -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
2010.11.24 수요일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일기 주제는 이다. 나는 언뜻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우리 가정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족 모두 살아 있고, 팔다리는 멀쩡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어서 슬픔과 피로에 잠겨 있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가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곰곰 더 생각해보니 그냥 가정이 온전한 틀만 가지고..
2010.11.27 -
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07.28 수요일 우리 가족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어린이 수영장이 8시까지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일을 빨리 마치시는 대로 서둘러 5시 반쯤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지키는 아저씨께서 6시까지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얘들아, 30분 만이라도 할래?" 나와 영우는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이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영우가 "형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였다. 나는 "에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딨어?" 하며 물에 젖어 아슬아슬하게 떨리는 계단 위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퐁팡~!" 곧 수..
2010.07.30 -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