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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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 걸어온 그대에게
2014.11.12 수요일 투두두둑~ 닫지 않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냉기와 빗소리에 잠을 깬다. 가을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이젠 겨울인가 보다. 새벽 5시 50분, 아직 아침이라기에는 어스름이 전혀 가시지 않았다.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추위와 구름의 그림자가 창밖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이 세상에 나만이 깨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시간, 의식을 가지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 어쩌다 한 번씩 새벽의 냄새를 흠뻑 맡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능을 이틀 남긴 오늘이기도 하고, 나와 수능 사이가 이제 얼마 남지 않게 느껴지는 오늘은, 흘려보냈던 많은 나날처럼 거리낌 없이 여유를 즐기기가 어렵다.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나 ..
2014.11.12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처음으로 다녀온 수영교실
2010.02.01 화요일 오늘부터 나는 동네 문화체육센터에서 2월 한 달간, 수영과 농구를 배운다. 나에게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운동하게 해주신 큰삼촌께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나는 나름대로 수영을 즐길 줄은 알지만, 배워본 적이 없어서 마구잡이 수영을 한다.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배워서 수영다운 수영을 하리라! 나는 얼마나 서둘렀는지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였다. 그러고도 숨 돌릴 틈 없이 두다다다~ 사직공원을 지나, 가파른 언덕에 있는 문화체육센터로 쏜살같이 달렸다. 체육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그동안의 허물을 벗겨 내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였다. 샤워하면서 목도 돌리고 학교 힘찬이 교실에서 배웠던 몸풀기 체조도 하였다. 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샤워실의 따뜻한 공기..
2011.02.02 -
힘든 나라 사랑
2008.12.11 목요일 도덕 선생님께서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고, 그 중에 한 단원을 골라, 그에 대해 주장하는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2주 전부터 내주셨다. 이 숙제는 2학기 마무리 겸, 평가가 되니 정성껏 해오라고 하셨다. 벌써 많은 아이가 숙제를 낸 상태였는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하루 만에 그 숙제를 다해서 왔다. 하루 동안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글쓰기 숙제였다. 교과서를 간신히 다 풀고, A4용지에 주장하는 글을 쓰려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고,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4단원을 택하여 '나라 사랑'이란 주제로 주장하는 글을 쓰려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 '나라 사..
2008.12.12 -
사법연수원에서 술래잡기
2008.01.15 화요일 우리 가족은 사법연수원 졸업생 가족 대기실을 찾아 허둥지둥 뛰어갔다. 제2교실에서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막내 삼촌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실 입구부터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었고, 어른들 키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영우 손을 꽉 잡고 단단한 돌을 밀어내듯이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가, 고개를 자라같이 쑥 내밀고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졸업생들이 수료증을 받으려고 책상 앞에 대기하고 앉아 있다가, 이름이 불리면 차례대로 교탁 앞으로 나와 수료증을 받았다. 하나같이 양복을 입고 있어서 다 삼촌같이 보였다. 삼촌은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번쩍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치 우리를 애타게 기다..
2008.01.16 -
2007.03.31 농구 시합
2007.03.31 토요일 피아노 학원을 다녀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청소년 수련관 옆에 나의 시선을 끌어 당기는 게 있었다. 바로 청소년 수련관 옆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던 형아들이었다. 나는 트랙에 서서 구경하다가 좀 지나자 정식으로 농구장 앞에 있는 풀밭에 앉아 구경하였다. 형들은 정말 프로 선수처럼 민첩하게 움직이고 패스를 해서 골을 넣기도 하였다. 특히 신기한 건, 왼손으로 농구공을 굴려 다리 사이로 들어가게 하여서 뒤쪽에서 나오면, 오른쪽 손으로 굴려서 앞으로 나와서 왼손으로 굴리고 이걸 반복하여서 상대 편이 못빼앗아 가도록 하는 기술이었다. 나는 골을 넣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더욱 더 열렬하게 관람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놀랍도록 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저 형아들이 자라..
200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