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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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실험
2010.06.14 월요일 4교시 과학 시간에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은 간이 산소 발생기를 만들어, 산소가 없을 때보다 산소가 많을 때 연소가 잘되는 성질, 즉 산소의 촉매작용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대에 유리 깔때기를 매단다. 유리 깔때기 주둥이에 고무 튜브를 끼워서, 아래에 있는 삼각 플라스크의 주둥이에 꽂아 연결한다. 그리고 튜브 중간에는 집게 모양의 핀치를 달아서, 과산화수소수가 알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조절해준다. 삼각 플라스크에는 오른쪽으로 주둥이가 하나 더 달렸는데, 그것도 고무 튜브를 연결해서 ㄱ자 유리관과 연결한다. ㄱ자 유리관은 물을 가득 채운 수조에 넣는다. 그리고 물을 가득 채운 집기병을 수조에 거꾸로 세우고, ㄱ자 유리관을 그 틈에 넣는다. 이번엔 아까 맨 처음, 유리..
2010.06.15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 -
나무 타기
2009.02.12 목요일 영우와 피아노 학원 차를 기다리는 동안, 놀이터 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그것은 굵은 나무를 원기둥 모양으로 가공해서 놀이터 안에 말뚝처럼 박아놓고, 몸통 여기저기에 도끼로 찍은 듯한 흠을 만들어, 그것을 잡거나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든 거대한 놀잇감이었다. 나무의 감촉은 매끄러운 돌 같았다. 나는 먼저 왼발을 제일 낮은 틈에 딛고, 조금 더 높은 틈에 오른발을 디뎠다. 일단 그렇게 몇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보았다. 그러자 요령이 붙었다. 나무 둥치를 안고 허리와, 등, 어깨 순서로, 뱀처럼 양쪽으로 번갈아 흔들며 올라가니, 발을 딛기가 더 쉬웠다. 정말로 새 알을 훔쳐 먹으려고 나무 위를 올라가는 뱀이 된 기분으로, 나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듯이 더 심하게 몸을 흔들며 ..
2009.02.13 -
강낭콩과 채송화
2008.06.28 토요일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과학 과목 중 강낭콩 단원을 공부하였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문득 강낭콩의 한살이와 사람의 한평생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낭콩에 싹이 트고 줄기와 잎, 가지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또 다른 씨앗을 남긴다. 이걸 사람의 한살이로 치면, 태어나고, 점점 자라나고 인생이 만발해지고, 자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무리 하찮게 보이고 값어치 없게 보일지라도, 생명이 처음 탄생할 때와 죽을 때까지의 과정이 모두 고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느님이 신비해진다. 하느님은 가장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고 귀하게 만든 사람과, 말 못하고 단순한 식물의 한살이 과정을 똑같이 만드신 걸 보니, 공정하시구나! 순간 나는 2학년 때 썼..
2008.06.30 -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 상우 여행일기
2008.04.15 화요일 우리가 도착한 펜션은, 깊숙한 시골 바다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었다. 펜션 안에는 작고 예쁜 마당이 있고, 마당 벼랑 끝에 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검은색 녹슨 창살 문이 어서 와요! 하고 열려 있었다. 아직 6월이 아니라서, 꽃봉오리는 피지 않고 가시만 잔뜩 붙어 있는 장미 덩굴에 칭칭 둘러싸인 채! 그 문을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처음에는 평평한 돌계단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나무 숲을 뚫고 들어가는 울퉁불퉁하고 험한 나무 계단 길이 이어진다. 영우랑 나는 그게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궁금하여 밑으로 계속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영우가 먼저 날쌘 청설모처럼 순식간에 계단을 샥샥 내려갔다. 계단 길은 폭이 좁고 난간도 없이 구불구불 험하게 이어졌다. 계단이 너무 높아 나는 ..
2008.04.16 -
2007.10.13 워터피아에서 미아 되기
2007.10.13 토요일 부천 는 크게 유수풀과 파도풀로 나뉘었다. 들어서자마자 한 가운데에 말 그대로 파도처럼 물결치는 파도풀이 거대한 해변처럼 넘실넘실 펼쳐져 있었고, 파도풀 양 옆으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온 것처럼 유수풀이 이어져 있었다. 파도풀을 보자마자 영우와 나는 준비 체조도 잊은 채, 자석에 끌려가듯 파도풀 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나는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다가 내친 김에 유수풀을 따라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튜브를 끼고 철퍼덕 철퍼덕 정신없이 헤엄쳐 가는데, 뒤에서 엄마와 영우가 "상우야! 같이 가! 너만 혼자 가면 어떡해?", "형아! 나랑 같이 가!"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는 나에게 영우를 맡기고 먼저 한 바퀴 돌고 있으라고 하고는 아빠에게로 가셨다. 그래서 영우와..
2007.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