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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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할머니
2008.10.05 일요일 며칠 전부터 나는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대구에 입원해 누워 계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셨기 때문이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직 남은 감기 기운이 할머니께 좋지 않을까 봐 참고 다음번에 찾아뵙기로 하였다. 할머니가 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그리고 '분명 이건 꿈속에서 들은 소식일 거야. 이 꿈이 깨면 나는 침대에 누워 있을 거고, 학교에 가야 할 거야, 그러면서 나는 휴~ 내가 악몽을 꾸었구나! 하고 안심할 거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나는 3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가슴이 무너지듯 놀랐다. 다행히 외할아버지는 고비를 넘기셨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지금은 많이 ..
2008.10.07 -
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 -
얘들아, 가지마!
2007.11.25 일요일 오늘은 내가 큰맘 먹고 반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원래는 우석이, 우석이 동생 서진이, 민석이,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우석이는 갑자기 어디 갔는지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없었고, 민석이는 목욕탕 간다고 못 왔다. 그래서,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만 우리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놀다가 집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공놀이를 하려고, 축구공을 가지고 공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내가 청소년 수련관 앞에 있는 운동장에서 놀자고 우겨서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이미 동네 형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축구 연습이 한창이었다. 현승이가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모두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
2007.11.26 -
2007.07.10 앞구르기
2007.07.10 화요일 6교시 체육 시간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번호 순으로 5명 씩 나와 순서대로 앞구르기를 하였다. 그 전에 먼저 선생님께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앞구르기하는 동작을 보여 주셨다. 첫번째 팀은 모두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척척 잘 굴렀다.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번째 팀인 우리가 떠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우석이가 훌떡 넘어버렸다. 그 다음 내 차례다. 나는 매트에 두 발을 딛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숙였는데, 선생님께서 "그게 아니야!" 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무릎을 땅에 대지 말고 곧게 세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릎을 세우면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기가 힘들어서 자꾸 오뚝이처럼 삐딱하게 쓰러지거나 앞으로 구..
2007.07.10 -
2006.08.25 병원
2006.08.25 금요일 오늘은 병원을 두 군데나 다녀왔다. 갑자기 열이 불덩이 같고 자꾸 토했다. 소아과에 가니까 장염도 조금 있고 목도 많이 부었다고 했다. 그리고 피부과에 갔는데 한 달 동안 발바닥과 무릎에 물집이 생겨 약을 발라도 낫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농가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왜 빨리 안 왔느냐고 혼도났다. 하필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이게 무슨 꼴이람! 아마도 방학 동안 에너지를 많이 써서 힘이 빠진 틈을 타 병균이 들어온 모양이다.
2006.08.25 -
2006.07.30 바다
2006.07.30 일요일 우리는 바닷가 갯벌 앞에서 준비 운동을 하였다. 팔을 허리 옆까지 대고 굽히기도 해보고 손을 무릎에 대고 굽혀 보기도 하였다. 우리는 바다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옮겨 갔다. 나는 개구리 헤엄을 쳤다. 나는 학교에서 방학을 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껍데기를 벗으라고 였다. 껍데기란 공포심과 불쾌함 그리고 증오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그걸 다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머리를 왜 때리는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항상 느리다고 어딜 가나 구박을 받다 보니 누가 날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슬픔과 분노가 차올라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스님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파도가 나의 그런 것들을 마그마가 물건을 녹이듯..
200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