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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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북커스, 홍대 북 콘서트
2014.07.05 토요일 7월 3일, 4일, 연달아 출간을 응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주인공은 나였지만, 두 행사의 분위기가 정말 색달라 내가 주인공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멋진 자리였다. 3일 저녁, 7시 반에는 종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호모북커스 도서관의 주인, 김성수 목사님께서 사회를 보시고 20여 명의 독자분들이 함께 모여 을 가졌다. 나는 행사 전 청소년센터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목사님의 오두막처럼 작은 도서관에도 가 보았다. 목사님은 정기적으로 호모북커스 도서관 모임을 열고, 평소에는 좋은 책을 찾아 방방곡곡 온 서점을 찾아다니는 그야말로 책 읽기에 푹 빠져 사는, 꼭 대학생처럼 외모도 젊은 분이셨다. 난 그래서 더 위축되었는지 모른다. 목사님의 안내로 출판사 대표님과 실장..
2014.07.05 -
김연아의 마지막 경기
2014.02.21 금요일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0년 겨울의 끝, 아직 2010이라는 숫자가 어색한 새해같은 기분이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이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려 하는데, TV판매 하는 곳에서 수십개의 TV가 온통 한 방송을 틀어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그앞에 멈춰서서 미동도 없이 화면에 눈을 고정시켰다. 가끔 나는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이 어떤 상태를 가르키는건지 직접 체험 할 때가 있는데, '숨죽인다'라는 표현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출전한 우리나라 여자 선수의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있었다. 나와 우리가족도 그틈에 그림자처럼 끼어서! 그때나 지금..
2014.02.23 -
특별한 떡볶이 만들기
2010.12.18 토요일 작은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물 속에, 빨간 돌덩이 같은 고추장이 뽀퐁~! 소리를 남기며 물에 녹고 있었다. 빨간 고추장 뭉텅이가 풀어지며, 물은 마법의 약 만들어지듯이 점점 빨간색으로 변했다. 빨간색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그것은 전혀 고추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뽀글거리는 떡볶이의 소스는 점점 진한 냄새를 풍겨왔다. 조금 매콤, 쌉싸름하며 쓴 냄새는 왠지 입맛을 끌어당기며, 사람을 멍하게 하였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우리 모둠 소스 맛을 보았다. 아직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그저 맵고 쌉싸름 했다. 나는 꼭 영화에서 주방장이 주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목을 쭉 빼고 먼저 완성된 모둠의 떡볶이를 시식하거나, 만들고 있..
2010.12.19 -
여름 밤 산책
2010.07.16 금요일 밤 9시, 엄마, 아빠는 갑자기 나갈 준비를 하시며 "엄마, 아빠 산책간다!" 말씀하셨다. 나와 영우도 얼떨결에 축구공을 가지고 따라나섰는데, 아빠는 신경이 쓰여서 산책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축구공을 놀이터 옆 풀숲에 묻어두고 본격적으로 밤 산책을 시작하였다.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풀의 향기가 밤의 어둠과 고요에 떠밀려왔다. 밤 공기는 살짝 으스스 추웠다. 나는 소매가 없는 옷을 입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달렸다.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흠하~ 흐음 하아~' 숨을 쉬면서 규칙적으로 팔을 저으며 달리니, 속도는 느려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한참 달리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미 아파트 단지는 멀어져 있었고, 가족들은 한참 뒤에 따..
2010.07.17 -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
2010.06.26 -
기적의 태양
2009.12.03 목요일 5교시 과학 시간 그렇게 기다려왔던,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배우는 우주 단원에 처음 들어갔다. "모두 과학책 65쪽을 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모두 매끄럽게 수루락~ 책을 펼쳤다. 우주 단원의 첫 장은, 보석처럼 총총총 우주에 박힌 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가장 멀리에서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하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우주와 맞닥뜨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선생님께서 리모컨을 멋지게 잡고 TV 화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버튼을 누르셨다. TV에는 과학책과 비슷한 그림이 떴다. 선생님이 바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를 토돗~ 네 번 누르시고 나니까, TV 속 그림 위에 노란색 네 가지 글귀들..
200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