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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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며 청소를!
2008.05.21 수요일 수업이 끝나고, 며칠 동안 벌칙을 받은 친구들이 모여 어학실 청소를 하였다. 나는 사회 숙제를 실수로 엉뚱하게 다른 것을 해간 데 대한 벌칙으로 청소 팀에 끼었다. 마침 내일은 우리 학교와 형제 학교를 맺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어떤 어른들이 어학실을 방문하는 날이기도 하다. 몇몇 친구들이 걸레를 빨아오는 동안, 나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바닥을 비로 쓸었다. 한 친구가 "야, 여기 왜 이렇게 더럽냐? 우리 오늘 청소 좀 깨끗이 해야 되겠다!" 하고 말하자마자 모두 힘을 내어 구석구석 열심히 쓸었더니, "쓰삭, 쓰으으삭~" 하는 비질 소리가 어학실 안을 바람 소리처럼 가득 메웠다. 그런데 어학실 마룻바닥이 무슨 검은색 물감을 한바탕 뿌려놓은 듯이 군데군데 더러워서 아무리 ..
2008.05.23 -
2007.09.20 굳은 아이들
2007.09.20 목요일 드디어 우리 반이 무대에 서는 차례가 되었다. 아이들은 연습을 한대로 무대에 있는 자기 자리를 찾아 섰다. 나는 맨 끝 줄 한가운데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7살 미술 학원 재롱 발표 때 이후로 친구들과 공연을 하려고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 게 처음이라 쑥스럽고 떨렸다. 전주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오자, 우리 3학년 4반은 약간 당황하여 처음 동작을 놓쳤지만 그런데로 잘 움직여 나갔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옆에 친구들을 슬쩍슬쩍 보니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있고 몸 동작이 작았다. 앞에 선 아이들도 몸 동작이 작고 뻣뻣해서 이건 공연이 아니라 배고픈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구걸을 하려고 어설픈 몸짓을 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동작을 맞춰주시던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점점 굳..
2007.09.20 -
2007.07.10 앞구르기
2007.07.10 화요일 6교시 체육 시간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번호 순으로 5명 씩 나와 순서대로 앞구르기를 하였다. 그 전에 먼저 선생님께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앞구르기하는 동작을 보여 주셨다. 첫번째 팀은 모두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척척 잘 굴렀다.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번째 팀인 우리가 떠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우석이가 훌떡 넘어버렸다. 그 다음 내 차례다. 나는 매트에 두 발을 딛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숙였는데, 선생님께서 "그게 아니야!" 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무릎을 땅에 대지 말고 곧게 세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릎을 세우면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기가 힘들어서 자꾸 오뚝이처럼 삐딱하게 쓰러지거나 앞으로 구..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