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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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
2011.07.28 -
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09.30 목요일 "야, 어떻게! 우리 차례야! 빨리빨리~!" 내 앞에 은철이는 비장하게 이 말을 남기며, 대기실에서 강당 무대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무대에서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커다랗게 줄을 돌렸다. 나는 1초 정도 어리버리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얼른 무대로 뛰어나갔다. 관객들은 볼 새가 없었다. 벌써 2번째 주자인 경래가 넘고 있었다. 나는 4번째다. 긴장감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퍼져서, 등골에서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차가움이 쫙 퍼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관객석 오른쪽 앞줄에 있던 엄마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막 은철이가 돌고 나온, 거대한 도넛 모양의 줄 안으로 뛰어들고, 두 발을 왼발부터 차례로 들어 올려 줄을 넘고 줄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번째를 무사히 ..
2010.10.02 -
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
2009.07.18 -
홍역 예방 주사를 맞아요!
2008.02.27 수요일 오늘 보건소에는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홍역 예방 접종을 하러 온 아이들과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우도 입학을 앞두고 주사를 맞으러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엄마와 함께 기다렸다. 나는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보건소 앞마당으로 나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았다. 내가 대기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을 때는, 영우 차례가 꽤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영우 옆에 앉아 주사는 무서워할 게 아니라, 받아들여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키도 재보고 몸무게도 재보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주사실 안에서 영우 이름이 불렸다. 동작이 빠른 영우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황급히 주사실로 뛰어들어 갔다. 나도 따라 들어 갔다. 주사실은 대기..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