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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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바지
2011.08.20 토요일 오늘따라 왠지 교복 바지의 움직임이 자유롭고, 다리를 마음껏 벌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교실에서 편한 바지의 느낌을 즐기기 위해, 마이클 잭슨처럼 문워크도 흉내 내고 허벅지를 뱅뱅 돌렸다. 교복 바지는 몸에 딱 맞아서 다리의 움직임이 한정돼 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마 수업이 짧은 토요일이라서 마음이 가벼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교시는 진로 교육으로 TV에서 박태환 선수의 이야기가 주르륵 나왔다. 악재를 딛고 다시 한번 세계선수권대회 1등을 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선수를 보다가,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바지 아래쪽으로 무언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풀려, 삐쭉삐쭉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어..
2011.08.23 -
엉금엉금 거북이 마라톤
2011.05.14 토요일 '덜컹딜킥~ 덜컹딜킥~' 흔들리는 지하철에 맞추어서 내 몸도 조금씩 흔들렸다.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을 마라톤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1,2,3학년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 선수들처럼 42km의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라 7km만 달리면 되지만, 난생처음 그렇게 작정하고 많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어두운 지하철에서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집합 장소인 분수대 앞까지 왔다.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고, 분수대 조금 뒤에 '청운 중학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쓰여진 큰 현수막 아래에,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왜 하필 거북이 마라톤일까?..
2011.05.19 -
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 -
2007.04.09 자석 장난감 만들기
2007.04.09 월요일 2교시 과학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자석으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어떻게 만드는 것이었냐면 선생님이 나누어 주는 종이에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 동물이나 곤충을 그리고, 다 그렸으면 선생님한테 가지고 가서 "다 됐어요, 선생님." 하고 말하면 "너무 크다, 작다." 이렇게 말씀을 하여 주시거나, 중간 부분에 꽃핀을 꽂아 주신다. 그러면 자기 자리로 돌아 가서 통과 못한 사람은 고치거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통과를 한 사람은 꽃핀에다 실을 묶거나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서 실의 끝자락을 자기 책상에 또 한번 테이프로 붙이면 완성! 가지고 노는 법은 각자 가져 온 자석으로 꽃핀을 붙인데에 갖다 대서 붙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만든 것처럼 자석에 완전히 붙으면 안되고,..
2007.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