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27)
-
2006.04.13 벚꽃
2006.04.13 목요일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여자 아이와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나무에 핀 벚꽃을 따서 '후~' 불기도 하고 꽃잎을 쫙 펴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나는 "꽃으로 왜 그래?" 하고 물었더니 그 애는 "그냥." 하였다. 그러더니 나보고 나무 옆에 서 보라고 하였다. 갑자기 갑자기 연분홍색 벚꽃 이파리들이 내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애가 나무 뒷 면을 발로 탁 찼기 때문이다. 온몸에 벚꽃을 맞으니 내가 벚꽃들의 둥지가 된 것 같았다.
2006.04.13 -
2006.03.24 푸른곰의 굵기
2006.03.24 금요일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공원 한가운데 서있는 푸른곰을 만져 보고 싶었다. 푸른곰이 뭐냐면 1학년때부터 내가 이름을 지어준 나무이다. 그 나무는 공원에서 제일 키가 크고 가장 푸르고 가장 듬직해서 내가 푸른곰이라고 이름 붙이고 학교 가는 길에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 푸른곰의 몸을 손으로 만져 보았더니 너무 단단해서 도끼로 찍어도 도끼날이 상할만큼 단단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 푸른곰처럼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06.03.24 -
2006.03.18 푸른 나무들
2006.03.18 토요일 1교시 때 선생님께서 "창문을 보세요.우리 학교 앞에 있는 나무들이 조금씩 조금씩 파릇 파릇 잎이 파릇 파릇 돋아나고 있어요. 이제 초봄이라서 다 푸르게 변한건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푸르게 변해가고 있답니다." 라고 말씀 하셨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점점 창가 쪽으로 몰려 들었다. 아이들이 북적 북적 거리며 "와! 저것 좀 봐 진짜 푸르네!" 하고 소리쳤다. 나는 속으로 "아하! 나도 저렇게 푸른 나무가 되겠는 걸!" 했다.
200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