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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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청운 중학교의 불티 나는 매점
2011.03.04 금요일 오늘은 입학식을 한지 3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아직 학교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하지만, 학교 뒤편에 있는 매점에 나는 꼭 가보고 싶었다. 가끔 초등학교 때부터 중, 고등학교에 가면 매점이 있다는 소리에 솔깃했는데... 매점에는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음식들을 팔아서, 학생들은 매점 음식을 먹는 걸 아주 즐긴다고 한다. 비록 영양가는 없을지라도! 나는 점심을 푸짐하게 먹은 후, 여기저기 산책하다가 드디어 매점에 들러보았다. 그런데 매점 주위에 무슨 큰일이 났는지, 이상하게 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그리고 매점 문앞에서는 한 아저씨가 효자손처럼 생긴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나는 무슨 큰 싸움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매점..
2011.03.05 -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 -
기적의 태양
2009.12.03 목요일 5교시 과학 시간 그렇게 기다려왔던,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배우는 우주 단원에 처음 들어갔다. "모두 과학책 65쪽을 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모두 매끄럽게 수루락~ 책을 펼쳤다. 우주 단원의 첫 장은, 보석처럼 총총총 우주에 박힌 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가장 멀리에서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하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우주와 맞닥뜨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선생님께서 리모컨을 멋지게 잡고 TV 화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버튼을 누르셨다. TV에는 과학책과 비슷한 그림이 떴다. 선생님이 바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를 토돗~ 네 번 누르시고 나니까, TV 속 그림 위에 노란색 네 가지 글귀들..
2009.12.05 -
짜릿한 피구 시합
2009.10.07 수요일 1교시, 강당에서 여자 대 남자로 피구 시합을 하였다. 모두 세 번의 시합을 했고, 나는 두 번째 시합까지 초반에 공을 맞아 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는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하는 각오로 임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 틈에 섞여 공과 멀찍이 떨어져서 뛰어다녔다. 상대방 팀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던지려 하는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쳤다. 아이들이 슝슝~ 공을 던지는 걸 보면, 내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짜릿해서, 오른손을 주먹 쥐고 높이 들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여자팀의 이승희가 공을 높이 던졌다.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쳤는데, 어느 틈에 공을 받은 이예진이, 바로 내 뒤에서 칼을 잡은 것처럼 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
2009.10.08 -
물을 찾아서
2008.09.08 월요일 3교시, 우리 반은 운동회 때 단체로 할 우산 무용을 연습하려고, 준비해 온 우산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반들과 모여 넓게 줄을 서서 우산 무용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따갑던 햇볕이 점점 커지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운동장에 엄청난 태양빛이 쏟아져 내렸다. 연습하던 아이들은 화살을 맞은 듯, 갈수록 찡그린 표정을 지었고, 내 목은 사막에 발을 담그듯, 천 갈래 만 갈래로 타들어갔다. 무릎을 숙일 때마다 허벅지에 있는 열기가 느껴졌고, 심지어 우리들의 살이 익는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지도 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다른 때보다 일찍 연습을 마쳐주셨고, 아이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수기가 있는 급식실로 뛰어갔다. 급식실 가는 길은 물을 마..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