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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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신고 처음 본 연극
2011.05.28 토요일 오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보았다. 6월에 있을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해단식을 앞두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오늘 그동안 활동했던 기자들이 대학로에 모여 연극도 보고 식사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약속 장소로 오는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요즘 나는 사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아직도 나는 모든 게 미숙한데 주위에서는 내게 완벽한 행동과 현실성을 요구한다. 마치 나는 채식주의 상어인데, 엄청 용감하고 물고기 잡는 데 앞장서는 사냥꾼 상어이기를 강요받는 현실에 나는 자꾸만 자신감을 잃는다. 나는 도서관에 있다가 허둥지둥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신발이 없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약속 시각에 늦을까 봐 급하게 구한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거리를 걸어야 했다...
2011.05.31 -
산마을에 없는 것
2009.07.01 수요일 이틀 뒤면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막바지 공부를 하였다. 사회 과목을 정리하다가 이라는 단원 중, 산촌에 관한 설명과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 아빠의 친한 친구 분들 가족과 문경새재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산마을의 모습과 사진이 똑 닮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우리나라의 촌락은 농촌, 어촌, 산촌으로 나뉘어 있고, 그중 산촌이 경치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푸른 속리산 자락이 그림처럼 쫓아오고, 계단식 논밭에 심어진 키다리 옥수수와 산마을 허수아비가 나를 열렬히 환영하듯, 뜨거운 바람에 추와아~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오직 "우와~!" 하는 탄성만 가슴 밑에서부터 팡팡 터졌다. 그런..
2009.07.02 -
버터플라이를 보고
2009.02.01 일요일 영우랑 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상하게 극장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맘에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놀라거나,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거나, 심장이 불타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없는 웃음이 술술 새어나왔다. 이 영화는 나비 수집가 줄리앙 할아버지와, 이웃에 사는 8살 난 여자 아이 엘자가, 이자벨이라는 보기 어려운 나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여행 내내 고집스런 나비 할아버지와 호기심 많은 엘자의 대화가 끊임없이 흐르고, 그 뒤로 부드러운 산맥과 바람에 춤을 추는 초록색 풀들이 달력 그림처럼 따라다닌다. 나는 줄리앙과 엘자의 대화에 귀가 즐거웠고, 나비 찾아 떠난 아름다운 산 풍경에 눈이 젖었다. 엘자는 너무 어려서 말도 ..
2009.02.03 -
2007.01.07 극장
2007.01.07 일요일 우리는 밤 8시 40분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극장 안은 밤이라 손님이 없어서 표에 써 있는 자리를 어기고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스낵 코너에서 사 온 팝콘을 먹고 있었는데 뒤에서 "에이, 시시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니, 어떤 아이들이 떠들면서 "유캔도가 더 재미있어."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폭력적인 일본 만화가 재미있다고 하는 그 아이들이 이상했다. 이 영화는 다른 펭귄들과는 너무 다른 펭귄, 멈블의 엄청난 모험 이야기다. 펭귄들은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노래로 부른다는데, 펭귄들이 하는 노래는 내 마음을 울렸고, 주인공 멈블의 탭 댄스는 내 발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였다. 해피 피트 공식 홈페이지와 예고편 ..
2007.01.07 -
2006.01.14 멋진 공연
2006.01.14 토요일 나는 극장 2층 중간 쯤에 앉아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슬프게 들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들었다. 앞 자리에 앉은 어떤 할머니는 망원경을 쓰고 음악 감상을 하셨다.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나를 돌돌 감아 하늘로 데려 가는 것처럼 꿈결 같았다. 내가 만약 외국어를 잘 하게 된다면 빈 소년 합창단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을 찡 하게도 하고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 신기해서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어서다. 빈 소년 합창단이 '꽥꽥꽥' 동물 노래를 불렀을 땐 사람들은 웃고 난리났고 나도 두 손을 높이 들고 박수를 쳤다.
200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