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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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떨어진 영화, 변호인
2013.12.23 월요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생이라 어려서 그분을 잘 몰랐다. 그저 어른들 대화를 통해 흘려 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 그리고 그분은 어른들 술자리에서 욕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아빠가 서럽게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기 때 내가 폐렴에 걸려 응급실에서 죽었다 살아났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아빠가,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쓸 정도로 슬퍼했던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죽음의 이유가 너무 어이없음에 분노했고, 한나라의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었다. 서민 출신이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민..
2013.12.24 -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우울한 날씨
2009.10 31 토요일 점심을 먹고 축농증 치료를 받으러 상가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제까지 아파트 단지마다 붉고 노란 나뭇잎이 땅바닥에 가득 뒹굴었고, 나뭇가지에도 빨간색 등불을 켜놓은 것처럼 예뻤는데, 오늘은 다르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그동안 가을을 지켰던 풍성한 나뭇잎을 한 잎도 남기지 않고 모두 떨어내버렸다. 그래서 나뭇가지들은 바짝 말라서 쪼글쪼글해진 할머니 손처럼, 또는 X레이에 찍은 해골의 손뼈처럼 가늘가늘 앙상하다.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톡 부러질 것 같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던, 가을의 빨간 축제가 매일 열리던 길목은 이제 끝났다. 내가 걷는 길은, 차가운 비가 투툴투툴 내리는 추억 속의 쓸쓸한 길이 돼버리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산 속에서 햇빛을 못 받아 어..
200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