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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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산과 일어나는 도시
2011.12.08.목요일 오늘은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다. 솔직히 이번 기말고사는 중학교 첫 1년을 그냥 날려버린 것 같은 기분에 착잡하고 숨이 막혀온다. 나는 한숨에 밀려 풀잎이와 함께 나도 모르게 숨이 탁 트이는 산을 오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던가? 나의 학교생활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진실을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교 공부가 때로는 진실을 외면하는 수단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구는 아이들에게 질렸다. 공부를 못해서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는 학생은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훈화하시는 교장 선생님과 삶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면 학생은 공부해야지 그런 거 알아서 뭐하냐는 냉랭한 분위기의 ..
2011.12.12 -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
2010.04.24 토요일 나는 얼마 전 태터앤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책은 독일에 사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무터킨더'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로 묶은 책인데, 독일의 교육 방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확 끌었다. 하필 요즘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책을 좀 쫓기면서 시간 나는대로 짬짬이 보았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다시 오랫동안 마구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숨은 보물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흥미롭고 갈수록 더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니 눈이 번쩍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꼴찌'라 하면,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고 평균 점수를 한참 이탈..
2010.04.25 -
담뱃갑 만들기
2009.09.30 수요일 3교시 보건 시간, 지난 시간에 이어 담배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보건 선생님께서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우리나라 담뱃갑과 외국 담뱃갑 사진을 차례차례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둘이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다른지 몸서리쳤다. 우선 우리나라 담뱃갑에 그려진 그림은, 예쁘고 단순했다. 시원한 대나무 그림, 파란 동그라미 그림, 귀여운 고양이 그림! 이들은 오히려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신선해 보였다. 거기에 반해 외국의 담뱃갑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담배 때문에 입을 벌린 채 파랗게 일그러진 얼굴로 사망한 시체 사진, 뇌에서 피가 입체적으로 콸콸 솟구치는 사진, 쭈글쭈글 썩어가는 폐사진! 담배로 파괴된 몸을 나타낸 그림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조차 저렇게 되지..
2009.10.02 -
우리 학교에 닥쳐온 신종플루
2009.08.27 목요일 "딩댕, 동댕~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긴급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삼숭초등학교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으니, 8월 27일 오늘부터 9월1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갑니다!" 아침 7시 40분, 막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들려온 안내방송이었다. 우리는 마치 전쟁이 났다는 방송을 들은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는 비가 폭탄처럼 엄청나게 쏟아지고, 천둥도 쿠구궁! 쉬지 않고 내리쳤다. 가방을 싸던 영우는 겁먹은 얼굴로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나는 영우를 쓰다듬고, 친구 석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또 친구 성환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오늘부터 신종플루 때문에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체온을 재기로 했..
2009.08.29 -
달리기의 여왕
2009.06.24 수요일 1교시 체육 시간, 우리 반은 여느 때처럼 운동장에서 단계별로 기초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한창 기말고사 준비를 하느라 피곤한 탓인지, 모두 찌뿌드드한 표정으로 기초운동을 해나갔다. 게다가 날씨는 어떤가? 습기 한 점, 구름 한 점 없고, 따가운 햇볕에 닿는 부분은 살이 타들어가 까맣게 재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철봉을 만질 땐 불로 달군 쇠를 잡는 것 같이 코끝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체육 선생님께서는 시들시들 시금치처럼 늘어진 우리를 모이게 해서, 남자, 여자 나란히 줄을 세워 운동장 중간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는 앞줄에 선 아이들이 "이어달리기를 해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곧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제발 안돼! 얘들아, 이어달리기만은~ 너희들 나 ..
200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