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8)
-
2007.10.26 단풍 물든 공원 길
2007.10.26 금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지도 공원 트랙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아파트가 보일 때 쯤 어떤 아이와 아이 엄마가 아주 예쁜 나뭇잎 몇 장을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저렇게 예쁜 나뭇잎을 어디서 구했지?' 하고 눈이 왕방울만큼 커져서 주위의 나뭇잎들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눈 앞에 단풍 나무들이 쑥쑥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빨강, 노랑, 주황색의 나뭇잎들이 어울려 붉은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눈부셨다. 내 마음도 활짝 열리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추위에 움츠렸던 몸도 빨간 빛에 녹아 따뜻해졌다. 불처럼 빨간 단풍잎, 윤기 나는 바나나 껍질같은 노란잎, 잘 구워진 빵처럼 보드라운 갈색잎!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2007.10.27 -
2007.08.10 불 나다
2007.08.10 금요일 늦은 밤 11시, 엄마가 갑자기 현관 문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시더니 마루에 모여있는 우리 가족에게 소리쳤다. "여보, 큰 일 났어요! 우리 아파트에 불 났대! 상우야, 영우야, 어서 나가자!" 그 다음부터는 급하게 일이 돌아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우리는 계단으로 걸어 내려 대피하였다. 우리 집은 5층인데 3층 쯤 내려가 보니 퀘퀘하고 시커먼 연기가 사방에 꽉 차 있었다. 그 때부터 나는 학교 안전 교육 시간에 배운 방법대로 머리를 숙일 수 있는대로 바짝 숙이고 두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내려왔다. 뒤따라 오던 영우는 "엄마, 앞이 안 보여!" 하면서 울부짖었다. 간신히 바깥으로 나와 보니, 사람들이 아파트 앞에 구름처럼 모여있었고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해 있었다. 사람..
200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