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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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떠내려가는 골짜기
2009.06.20 토요일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하교길, 간신히 붙잡고 오던 낡은 우산 살이 휘어지면서, 우산도 확 뒤집혔다. 내 몸은 더 젖을 것이 없을 만큼 스펀지 상태였다. 이제 물에 잠긴 놀이터 맞은 편 인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오르막이 보이고, 이 오르막만 넘으면 집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오르막길에서는, 위쪽에서부터 흙길에 고인 듯한 빗물이 아래로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폭이 좁게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암벽들 사이로 흐르는 물길처럼 거침없었다. 그래, 그것은 세차게 물이 흐르는 깊고 긴 산골짜기와도 닮았다. 그런데 무언가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물길에 섞여 동동거렸다. 몸을 수그려 자세히 보니, 그 물길과 물길 주위로, 미처 비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개미들이 허둥대..
2009.06.21 -
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6 수요일 펜션 앞마당에는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제일 굵은 벚꽃 나무 아래 낮은 울타리가 쳐 있고, 그 안에 하얀 개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달려나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흥분했고, 한마리는 뭐가 불안한 듯, 개집 안에서 끙끙대며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참 못생겼다. 아니 못생겼다기보다는 너무 쭈글쭈글했다. 몸에 털이 없고, 귀는 머리에 찰떡처럼 달라붙었고, 코는 납작하고, 얼굴에 온통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주름이 졌다.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땅땅한데 비해,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걸음걸이도 비척 비척 힘들어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몸에 비해 두 눈은 초록색 구슬을 박아놓은 것처럼 크고 맑았는데, 똘망똘망 물기가 어려 있는 게, 순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였다..
200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