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4)
-
12년을 걸어온 그대에게
2014.11.12 수요일 투두두둑~ 닫지 않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냉기와 빗소리에 잠을 깬다. 가을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이젠 겨울인가 보다. 새벽 5시 50분, 아직 아침이라기에는 어스름이 전혀 가시지 않았다.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추위와 구름의 그림자가 창밖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이 세상에 나만이 깨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시간, 의식을 가지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 어쩌다 한 번씩 새벽의 냄새를 흠뻑 맡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능을 이틀 남긴 오늘이기도 하고, 나와 수능 사이가 이제 얼마 남지 않게 느껴지는 오늘은, 흘려보냈던 많은 나날처럼 거리낌 없이 여유를 즐기기가 어렵다.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나 ..
2014.11.12 -
자장면 한 그릇
2010.07.03 토요일 오늘은 우리 동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자장면 집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날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자장면을 한 그릇에 천 원에 파는 행사를 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자장면 집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많았다. 마침 비 온 뒤 날이 개자, 아파트의 모든 가족이 자장면을 먹으러 나온 듯, 쭉 이어진 줄은 세상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겨우 마지막 줄에 껴서 턱걸이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말고사 후유증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학교 가느라 아침을 못 먹었고, 토요일이라 급식도 안 나왔다. 지금은 오후 1시 30분! 서서히 배가 졸이듯 고파왔다. 난 처음에 참..
2010.07.04 -
벼락공부
2009.11.16 월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후닥닥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어제 풀던 수학 문제집을 찾으며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엄마, 엄마~ 어제 수학 부탁드린 거, 채점하셨나요?" "어, 그래, 상우야, 여깄다~" 엄마는 닥닥 둑 발소리를 내며 급하게 내 방으로 오셨다. 마침 엄마는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때요? 많이 틀렸나요?" 건네받은 문제집을 푸루루 펴보는데, 엄마 표정이 좀 묘했다. 어제 밤늦게까지 수학 문제를 풀다가 시간이 늦어서 엄마에게 채점을 부탁했었다.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를 건너뛰고 보는 시험이라 범위가 아주 넓어졌다. 나는 계속 감기가 낫질 않아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경우가 많았고, 다른 때보다 의욕도 떨어지고 시험준비도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2009.11.18 -
회장 선거
2008.03.06 목요일 나는 오늘 있었던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떨어질 땐 마음이 아팠지만, 예상했던 일이라 지금은 덤덤하다. 사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과연 나에게 몇 명이나 투표 해줄까였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으며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투표수로 가늠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길은 내게 너무 멀었다. 반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6명의 후보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 나는 그 안에도 끼지 못하였다. 후보 중에서 남자 3명, 여자 2명이 채워졌을 때, 남은 여자 후보 1명을 남기고 내가 예은이를 추천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6명이 다 차자, 선생님께서 이 중에 혹시 기권할 후보 없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남자 후보 1명이 손을..
200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