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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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하는 날
2011.03.05 토요일 오늘은 내가 기대하던 우리 학교 대청소 날이다. 입학식 날, 내가 본 교실은 60년 동안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더러웠기에, 나는 이날을 벼르고 별렀다. 원래는 어제 대청소를 하기로 해서 청소에 필요한 준비물을 다 챙겨왔었는데, 사물함에 넣어놓고 오늘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각 학급 별로만 청소한다고 하고, 다음 주로 또 대청소가 미루어졌다. 하여튼 나는 오늘만큼은 1년 동안 내가 쓸 교실이니, 정말 열심히 쓸고 닦으리라! 마음먹었다. 청소를 마친 후, 반짝반짝 햇빛을 받아 윤이 날 교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하지만, 1, 2교시에는 임원 선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3, 4교시에는 계속 봉사활동에 대한 동영상만을 보았고, 어느새 학교는 끝날 시간..
2011.03.08 -
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07.28 수요일 우리 가족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어린이 수영장이 8시까지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일을 빨리 마치시는 대로 서둘러 5시 반쯤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지키는 아저씨께서 6시까지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얘들아, 30분 만이라도 할래?" 나와 영우는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이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영우가 "형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였다. 나는 "에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딨어?" 하며 물에 젖어 아슬아슬하게 떨리는 계단 위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퐁팡~!" 곧 수..
2010.07.30 -
나무 타기
2009.02.12 목요일 영우와 피아노 학원 차를 기다리는 동안, 놀이터 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그것은 굵은 나무를 원기둥 모양으로 가공해서 놀이터 안에 말뚝처럼 박아놓고, 몸통 여기저기에 도끼로 찍은 듯한 흠을 만들어, 그것을 잡거나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든 거대한 놀잇감이었다. 나무의 감촉은 매끄러운 돌 같았다. 나는 먼저 왼발을 제일 낮은 틈에 딛고, 조금 더 높은 틈에 오른발을 디뎠다. 일단 그렇게 몇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보았다. 그러자 요령이 붙었다. 나무 둥치를 안고 허리와, 등, 어깨 순서로, 뱀처럼 양쪽으로 번갈아 흔들며 올라가니, 발을 딛기가 더 쉬웠다. 정말로 새 알을 훔쳐 먹으려고 나무 위를 올라가는 뱀이 된 기분으로, 나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듯이 더 심하게 몸을 흔들며 ..
2009.02.13 -
봄에 핀 첫 꽃
2008.03.28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잠깐 햇빛이 비추자, 아까워서 공원 놀이터에 들러 모래성을 쌓고 놀았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자 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가고, 나도 집을 향해 달려갔다. 하늘에서는 작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물벼락이 쏟아질 것처럼 어두침침해졌다. 나는 비에 홀딱 젖은 생쥐 꼴이 될까 봐 불안해져서 도망치듯 달렸다. 그러다가 바로 내 키보다 조금 큰 나무 옆을 지날 때, 뭔가 이상해서 잠시 멈칫하였다. 그 나무에는 가지 끝마다 노란 것들이 뾰족뾰족 달렸다. 난 그것이 처음엔 꽃봉오린 줄 알았다. 하지만, 꽃봉오리보다는 더 화사해 보였다. 가만 보니 그것은 꽃이었다. 바로 올봄에 우리 공원에서 처음 핀 꽃! 다른 나무들..
200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