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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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동의 신발가게
2011.09.25 일요일 얼마 전, 나는 내 발과 1년 동안 함께 했던 운동화를 도둑맞았다. 처음에 살 때는 90% 정도 세일을 받아 아주 번드르르한 새것으로 샀었고, 감촉도 폭신하고 신이 났었다. 도둑맞기 며칠 전의 내 신발은 꼭 외로운 노인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밑창과 신발 몸을 이어주는 부분이 까지고 있었다. 흙먼지에서 뒹굴어서 그런지 주름 사이에는 누우런색 모래가 가득 끼어 있고, 뒷굽은 짓눌려져 있었다. 그런 신발이 없어지니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평소에 신발에 별로 신경을 안 썼던 것이 생각나, 신발을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굴뚝같은 마음이 들었다. 잊어버린 신발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우선 이 근처에 신발가게를 찾아보아야 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하고 나서 집 근처에 대형 할인 마트가 없는 ..
2011.10.06 -
2007.06.05 지갑
2007.06.05 화요일 밤 늦게 gs 마트로 쇼핑을 갔다. 2층 아동 문구 코너를 지날 때, 나의 시선을 끄는 칸이 있었다. 바로 아동 지갑 코너였다. 왜냐하면 옛날에 미술 학원 선생님이 주신 지갑이 있었긴 한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용돈을 모아서 책상 서랍 속에 넣었다가 몽땅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지갑을 사려고 이곳 저곳 돌아다녀 보았지만 가격도 모양도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다 gs 마트에서 지갑 칸을 또 다시 발견하자 신이 나서 그 쪽으로 가 보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여자 아이들 지갑만 잔뜩 쌓여있었다. 내가 지갑들 속으로 손을 푹 집어 넣어 뒤적여 보았더니 놀랍게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지갑이 하나 나왔다. 푸른 하늘색 바탕에 곰돌이들이 그려져 있..
200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