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날은 끔찍해!

2009. 12. 31. 12:30일기

<눈 온 날은 끔찍해!>
2009.12.28 월요일

밤새 눈이 내려서 집 앞마당이 아이스크림 왕국처럼 하얗게 빛났다. 나랑 영우는 부랴부랴 옷을 입고 놀이터로 향했다. 너무 추우니까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길바닥에는 발목까지 덮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우리는 눈밭 위를 걷는 펭귄처럼 기우뚱기우뚱 탑탑! 일부러 눈이 많이 쌓인 곳을 밟고 다녔다.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맑게 울렸다. 나는 실수로 그만 얼음이 단단하게 언 땅을 밟아서 한발로 쭉 미끄러져 갔다. 그런데 한 발은 얼음 위에 있고, 다른 한쪽 발은 시멘트 땅 위에 딛고 있어서, 땅에 있는 발이 얼음 위에 발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젓고, "으어어어~" 고함을 지르며 헛발질을 하면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놀이터에서 도착하니 벌써 경훈이 형제가 나와서 눈을 뭉치고 있었다. 나는 두 팔을 쫙 벌리고, 놀이터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와! 눈이다~!" 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영우와 경훈이, 지훈이 모두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이번에는 "나는 눈을 핥아먹는다아~!" 하고 외치며, 배 모양의 놀이기구와 나뭇가지에 수북이 매달린 눈을,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먹기도 하고 혀를 내밀어 습~ 열매처럼 따 먹어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이건 따라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처럼 장갑을 낀 손으로 오두막 옆에 쌓인 눈을 푹~ 떠서 다독다독 뭉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 바람이 매섭게 불어 눈이 따가웠다.

순식간에 장갑은 축축하게 젖어버렸고, 손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가 파고들어 왔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 가시 돋친 손으로, 쉬지 않고 두 볼을 찰싹 찰싹 찰싹 사정없이 할퀴었다. 나는 온몸을 뒤틀듯이 부르르 떨며 에헤취~! 하고 재채기를 했는데, 콧물이 손가락 사이에 쯕 들러붙었다. 누가 볼까 봐 눈밭에다 손가락을 문질렀더니 콧물이 떨어지질 않고 오히려 콧물 위에 눈가루가 덕지덕지 붙어서 얼어버렸다.

눈을 만질 때마다 갈수록 손과 발이 찢어질 것 같았다. 바람은 심하게 불 때마다 온몸은 급냉동되는 것 같았다. 눈을 뭉치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경훈이 형제도 춥다고 들어가버리고, 영우는 온몸에 설인처럼 눈을 묻힌 채, 발이 얼어서 마비된 것 같다고 울먹이며 나를 애처롭게 불렀다. 결국, 우리는 온몸이 냉동식품처럼 꽝꽝 언 채, 바람과 추위에 밀려 눈사람 만드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도망치듯 와버렸다.

눈 온 날은 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