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3 싸늘한 운동장
2007. 1. 3. 00:00ㆍ일기
<싸늘한 운동장>
2007.01.03 수요일
영어 수업을 마치고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방학이라서 교실 문들이 모두 잠겨 있었다. 그래서 운동장까지 밀리듯 가 보았다.
나는 운동장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이가 오들오들 떨리고 주먹밥이 얼음 덩어리처럼 차갑고 딱딱했다. 입을 벌릴 때마다 추위가 솔솔 들어와서 먹고 난 다음에 언 입을 손으로 닫아 주어야 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모래 바람까지 날려서 잠바로 도시락을 감싸고 먹어야 했다.
집 나온 거지가 이런 것일까?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러나 내가 북극에 앉아 언 물고기를 먹고 있는 펭귄 같다는 기분이 들어 웃음도 났다. 엉덩이까지 얼어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언 몸을 이끌고 뚱기적 뚱기적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