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s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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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4 할아버지
2006.07.04 화요일 우리는 고려대 병원에 가서 응급실을 찾았다. 먼저 도착한 삼촌이 대기실 문 앞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빈 병원 침대 위에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실려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온 몸에 링겔 바늘을 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계셨다. 마치 비가 오면 꺼질 것같은 촛불처럼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가 점심을 잡수시고 바람을 쐬러 산에 올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할아버지 뇌 사진을 보여 주셨다. 할아버지의 왼쪽 뇌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뇌경색이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 조마 조마하여 가슴이 쿵 쿠르릉 ..
2006.07.04 -
2006.06.14 폭우
2006.06.14 수요일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나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우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옷이 젖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우산도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따라 달리기라도 하는 것 처럼 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신발에 발바닥이 차가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더니 발에 기분이 점점 꿉꿉하고 추워지고 있었다.마치 물이 새고 있는 배 같았다. 나는 내 옷속으로 가슴을 타고 빗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것을 알고 빨리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비는 바지 속으로도 흘러 내렸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엄청난 일이 또 일어났다. 집앞에 다와 갈때 물이 흐르는 공원 내리막 길에서 신발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쿵 찍었다.덕분에 안경은 젖어 버렸고..
2006.06.14 -
2006.04.23 채송화는 왜 피지 않을까?
2006.04.23 일요일 4월의 말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채송화는 아직도 아직도 봉오리조차 맺힐 생각이 없는지 더 땅 속으로 들어 가는 것 같다. 4월 1일 같이 심었던 강낭콩은 벌써 곤충들의 야자수처럼 무성하게 자랐는데 채송화는 처음에 싹이 났던 그대로다. 나는 슬프고 걱정이 되어 '채송화야 네가 싹으로 태어난지 한달이 다 돼 가는데도 크지를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이니? 무엇이 부족하니?' 라고 말한다. 혹시 내 사랑이 부족했다면 어쩌나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200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