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6)
-
2006.11.05 나뭇잎 비
2006.11.05 일요일 오늘따라 호수 공원에 날씨는 아주 맑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차가왔다. 호수 공원 전체에 나뭇잎이 엄청나게 깔려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대이동을 하였다. 나뭇잎을 밟으니 바스락 톡톡 팝콘 튀기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햇빛에 나뭇잎이 금빛 은빛으로 빛나서 내가 수많은 보물을 밟고 지나는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나와 영우는 나뭇잎을 긁어 모아 나뭇잎 산을 만들고 공중에 엄청난 나뭇잎 비를 뿌렸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2006.11.05 -
2006.10.24 나뭇잎을 찾아서
2006.10.24 화요일 저녁을 먹고 나뭇잎을 줏으러 근린 공원으로 나갔다. 트렉 입구 옆에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뭇잎을 찾아 보았다. 싸늘한 바람이 '후어어' 하고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처음 집은 나뭇잎에는 송충이가 붙어 있었다. 나는 "으아아악" 하면서 그 나뭇잎을 던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까뭇 까뭇한 나뭇잎을 부시럭 부시럭 밟으며 돌아 다니니까 내가 마치 겨울 준비를 하러 나온 두더쥐 같았다. 나는 단풍이나 은행같은 알록 달록한 나뭇잎을 원했지만 모두 갈색이고 낄쭉하고 인디언 깃털같은 모양이었다. 어떤 나뭇잎은 꺼끌 꺼끌했고 어떤 거는 뒷면이 가죽처럼 미끄러웠다. 나뭇잎들은 서로 서로 꼭 끌어 안고 더미로 쌓여 있었다.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날이 더 어두워..
2006.10.24 -
2006.09.09 가을
2006.09.09 토요일 나는 아빠와 함께 오디오를 고치러 시내로 나갔다가 저녁을 사 먹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영우와 함께 후식으로 나온 매실차를 들고 식당앞 마당으로 나갔다.우리는 거기서 어른들처럼 커피 마시는 흉내를 내며 놀았다. 갑자기 차가운 북풍같은 바람이 '위이이잉' 하고 불어 닥쳐 오더니 뼈와 혈관이 얼어 버릴 것 같았다. 바람이 세서 마당에 서 있는 아직 노래지지도 않은 초록빛 은행잎들이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무들은 마치 '아직 떨어지면 안돼! 가을도 아닌걸!' 하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 같았다. 영우와 나는 오들 오들 떨면서도 차가운 매실차를 마시고 있는데 엄마가 "애들이 추운데 밖에서 차가운 걸 먹고 있어? 들어와!" 해서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숭늉을 마셨다.
2006.09.09 -
2006.06.14 폭우
2006.06.14 수요일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나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우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옷이 젖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우산도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따라 달리기라도 하는 것 처럼 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신발에 발바닥이 차가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더니 발에 기분이 점점 꿉꿉하고 추워지고 있었다.마치 물이 새고 있는 배 같았다. 나는 내 옷속으로 가슴을 타고 빗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것을 알고 빨리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비는 바지 속으로도 흘러 내렸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엄청난 일이 또 일어났다. 집앞에 다와 갈때 물이 흐르는 공원 내리막 길에서 신발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쿵 찍었다.덕분에 안경은 젖어 버렸고..
2006.06.14 -
2006.04.15 자전거
2006.04.15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호수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승민이 형아네랑 함께 자전거를 빌렸다. 나는 처음에 천천히 달리기 시작 하다가 나중에 작은 돌개바람처럼 달렸다. 내가 쌩쌩 달리니 나무들이 손을 뻗어 '이쪽으로 가세요' 하는 것 같았다. 새들도 푸드득 내 옆으로 날았다. 승민이 형아는 자전거를 타느라 낑낑거렸고 영우는 아빠가 밀어 주었다. 공원 안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나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2006.04.15 -
2006.03.16 봄비
2006.03.16 목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후문을 나오면서 나는 우산을 폈다. 그때 갑자기 '고오 오오'하고 심한 바람이 불었다. 갑자기 안경이 뿌해 지더니 우산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감각으로 왼손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안경을 벗고 "안돼" 하면서 우산을 뒤쫓아 갔다. 그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서 기분이 축축한 샐러드 같았다.
200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