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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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10.17 금요일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 시험은 물살이 빠른 강물을 스스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았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헤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나는 중간고사를 '달빛강'이라고 상상하고, 중간고사 준비는 '달빛강'에 도착하기 위한 모험과 계획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달빛강'에 무사히 도착하면, '달빛강'으로 열심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는 방법을 재밌게 공부했는데, 그동안 토론을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토론에는 주제가 필요하고, 찬성과 ..
2008.10.20 -
2006.07.30 바다
2006.07.30 일요일 우리는 바닷가 갯벌 앞에서 준비 운동을 하였다. 팔을 허리 옆까지 대고 굽히기도 해보고 손을 무릎에 대고 굽혀 보기도 하였다. 우리는 바다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옮겨 갔다. 나는 개구리 헤엄을 쳤다. 나는 학교에서 방학을 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껍데기를 벗으라고 였다. 껍데기란 공포심과 불쾌함 그리고 증오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그걸 다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머리를 왜 때리는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항상 느리다고 어딜 가나 구박을 받다 보니 누가 날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슬픔과 분노가 차올라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스님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파도가 나의 그런 것들을 마그마가 물건을 녹이듯..
200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