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8)
-
2007.05.10 소음
2007.05.10 목요일 음악 시간이 되어서 우리 반은 음악실로 향했다. 우리들은 지정됐던 자리에 앉았고 음악 선생님은 '하하하 송'을 틀어 주셨고 그 때부터 음악 시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내 앞자리에 앉은 고기윤이 오늘은 더 심하게 고막이 터지도록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고기윤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입은 아주 동그랗게 벌리고 얼굴은 주름지게 인상을 쓰고 눈은 실처럼 가늘게 뜨고 손으로는 허공을 마구 휘저어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듯 아주 이상한 소리로 불러서 그게 비명인지 노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음악이 끝나 숨을 돌렸지만 다시 노래를 부를 때 아까와 같이 ..
2007.05.10 -
2006.01.08 늙음
2006.01.08 일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외할머니와 삼촌을 모시고 외할머니의 고향 청주로 갔다. 청주 시골 집에서 외할머니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그분은 나이가 92세였고, 많이 아팠고,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증조 외할머니의 피부가 너무 조글조글하고 습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서웠다. 엄마 아빠도 언젠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빠 엄마 얼굴이 팽팽한 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증조 외할머니가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 죽는다는데 나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하고 소리쳐 물었더니 할머니는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았다.
200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