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2)
-
강낭콩 심는 날
2008.04.22 화요일 오늘은 선생님께서 우리가 준비해 온 페트병에, 며칠 동안 불려놓았던 강낭콩 씨를 심어주시는 날이다. 나는 아빠와 함께 페트병 입구를 똑바로 잘라 주둥이를 천으로 둘둘 막고, 거꾸로 세워서 깔때기처럼 깐 다음 그 안에 부드러운 흙을 담아왔다. 그 흙을 아기가 덮을 이불이라 생각하며! 2교시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 강낭콩에 대해 말씀하실 때, 나는 강낭콩 씨 심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목이 빠져라, 선생님을 우러러보았다. "강낭콩은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요. 35도쯤에서 잘 큰다고 하죠." 그리고 3교시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차례대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페트병에 물을 받아오라고 하셨다. "수돗물을 틀고 받으면 물이 막 튀겠죠? 그러니까 두 손을 모아서 이렇게 받아 병에 담으..
2008.04.23 -
난타 연습
2008.01.17 목요일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난타와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이다. 합창 연습을 마친 뒤, 학원 중앙 복도에 난타 연습하는 학생들만 모여 앉았다. 선생님들께서는 중앙 복도 괘종시계에 커다란 악보를 붙이고 계셨다. 악보에는 의 음표와 박자, 여자와 남자가 따로 연주할 부분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준비가 너무 길어 심심해진 나는 두 손을 쫙 펴서 꼿꼿하게 만든 다음,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기수에 등을 콱 찔렀다. 그러자 기수도 손모양을 나처럼 하고 내 어깨를 찔렀다. 우리는 계속 서로 몸 여기저기를 찌르며 장난을 쳤다. 그러다 뭔가 뜨거운 눈초리가 느껴져 번갯불을 맞은 듯 흠칫하였다. 원장 선생님께서 "거기 둘, 나가!" 하셨고, 우리 둘은 피아노 학원 들어서는 입구로 ..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