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3)
-
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
2011.08.30 -
눈 온 날
2007.11.21 수요일 어제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엄마가 뒤에서 "상우야, 어젯밤에 첫눈이 왔어! 공원이 하얘!"라고 외치셨었다.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와아아아!" 소리 지르며 뛰어나갔었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엄마가 베란다 창문을 열며 외치셨다. "상우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쌓였어. 어제처럼 눈이 온 듯 만 듯 어정쩡하게 쌓여 있지 않고 온 세상이 다 눈밭이야!" 나는 또 깜짝 놀라 얼른 베란다로 가서 "와아아아!" 하고 소리쳤다. 나는 내 모습이 꼭 영화에서 같은 장면을 두 번 찍는 것 같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우리 동네는 하얀 카페트 같은 흰 눈으로 깨끗하게 덮여있었다. 마치 2년 전에 보았던 영화 에 나오는 나니아 세상 같았다. 나니아는 ..
2007.11.22 -
2007.01.02 새 단장한 피아노 학원
2007.01.02 화요일 나는 피아노 학원이 어떻게 변했을까 벅찬 마음으로 피아노 학원에 가고 있었다. 피아노 학원이 1주일 동안 공사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피아노 학원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페인트 냄새를 맡자 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갈색으로 새롭게 칠한 문이 나를 반겨 주었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도 부분 부분 갈색으로 칠해져 더 활동적인 느낌이 났다. 가구도 위치가 바뀌었고 원장실도 바뀌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다. 학원 구석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로 종 모양에 전등불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어 마치 학원을 상징하는 대장 피아노 같아서 감탄을 했다. 내가 정신을 놓고 앞에 서 있기만 하니까 선생님이 "상우야, 서 있지만 말고 와서 가방 가져가서 피아노 쳐!" 나는..
200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