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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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2015.03.28 토요일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 책들' 출판사 최인훈의 '광장'처럼 교과서에서 배우는 소설부터, 할머니의 피난 경험담까지, 현대사회에서 전쟁이 낳은 참상을 아는 방법은 아주 많다. 이 책은 좀 다르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단 한 구절도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쟁이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망치는지 알 수가 있으므로. 하지만, 주인공 '조나단 노엘'이 신체적인 장애가 있거나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셋방살이 집세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고, 지각이나 결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성실한 은행 경비원이며 친절한 이웃이다. 적은 봉급이지만, 30년 동안 단칸방에 살면서 검소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나름의 여윳돈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2015.03.22 -
전망대에 올라
2010.05.08 토요일 우리는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옆으로 경사가 져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2층이 기다린다. 그리고 계단, 또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꼭대기 층 전망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자, 갑자기 쉬할 때처럼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오드들~ 떨려왔다. 전망대에서는 위이이잉~ 꼭 배고픈 사냥개의 울음소리처럼, 바람 소리가 울리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후으음, 하아아~! 전망대에 오르니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우와아~!" 처음 전망대 꼭대기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온 말은 오직 이말 뿐이었다. "우와아~!" 금방이라도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천장 없이 뻥 뚫린 위로는 시원한 바..
2010.05.11 -
2007.08.19 허브 비빔밥 - 꽃도 먹어도 되죠!
2007.08.19 일요일 우리는 서해의 팜 카밀레 농장에서 한나절 돌다가 식당에 들어가 허브 비빔밥을 주문하였다. 나는 자꾸만 우리 주위를 윙윙 맴도는 파리를 불평하였고, 영우는 얼음 물로 벌컥벌컥 목을 적셨다. 농장을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식당 안에서 보니 가족들 얼굴이 농부처럼 그을려 있었다. 식당 주인은 음식을 날라 오면서 우리를 마치 이 성의 주인처럼 대접하였다. 허브 비빔밥 안에는 온갖 재료가 잘 섞여있었고, 위에는 허브 꽃을 숭숭 뿌려 먹기가 아까웠다. 꽃을 먹어보니 맛이 톡 쏘고 달콤했다. 엄마는 두통이 낫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영우는 밥은 안 먹고 된장국만 세 그릇 먹었다. 나는 허브 꽃을 냠냠 씹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이렇게 큰 허브 농장을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오늘은 아빠가 ..
2007.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