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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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밥과 독서 캠프
2011.07.29 금요일 엊그제 아침, 우리 학교 고은미 국어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주 내가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 논술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슈퍼블로거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밤, 나는 햇빛에 거의 화상 입은 듯이 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냉찜질을 하고 통증에 시달리며 '오, 하느님!'을 밤새 부르짖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요번에는 꼭 가겠노라 다짐을 한 금요일이다. 요즘같이 추적 추적 비가 오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리도록 더운 날에는 밖에서 뛰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책만 보기에는 갑갑하고 덥다. 선풍기를 틀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젖는다. 집 밖에서도, 집안에서도 괴로운 날씨고, 청춘이 아까운 시절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2011.08.03 -
엉금엉금 거북이 마라톤
2011.05.14 토요일 '덜컹딜킥~ 덜컹딜킥~' 흔들리는 지하철에 맞추어서 내 몸도 조금씩 흔들렸다.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을 마라톤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1,2,3학년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 선수들처럼 42km의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라 7km만 달리면 되지만, 난생처음 그렇게 작정하고 많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어두운 지하철에서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집합 장소인 분수대 앞까지 왔다.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고, 분수대 조금 뒤에 '청운 중학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쓰여진 큰 현수막 아래에,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왜 하필 거북이 마라톤일까?..
2011.05.19 -
나의 눈을 뜨게 한 플라즈마
2011.03.11 금요일 "우리는 지금까지 액체, 고체, 기체의 상태 변화에 대해 배웠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전혀 새로운 상태의 물질을요! 액체, 고체, 기체의 틀을 벗어난 무언가가...! 그리고 실제로 존재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인 과학 시간이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는 나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매혹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요즘 과학 시간에 배우는 것은 물체의 상태 변화인데, 나는 첫 시간부터 액체, 고체, 기체 이외에 물질의 새로운 상태가 있지 않을까? 궁금증을 품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궁금증을 선생님께서 해결해주는 이야기를 꺼내신 것이다. "지구 상에는 없지만, 우주에서는 흔한 이 상태는, 기체가 어마어마한 열을 받는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2011.03.14 -
사촌 형과 걸으면 밤길이 무섭지 않아!
2011.02.03 목요일 '집합이... 부분 집합... 공집합에...' 나는 너무 심심해서 할아버지 댁 안방 의자에 앉아, 중학교 수학을 노트에 필기해보고 있었다. 그때 '비리비리비! 비리 비리비리~!' 하는 초인종 소리가 귀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막내 고모네가 오신 건가?' 기대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더니 제일 먼저 막내 고모, 그리고 고모부, 나와 동갑인 혜영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정욱이 형아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나는 정욱이 형을 보자마자 형아 등을 두드려주며 웃었다. 형아도 그러는 나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형아는 마지막으로 본 할머니 칠순 때랑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었나? "안녕, 형아?", "그래, 안녕!" 거실에서 가족들이 인사를 나누..
2011.02.06 -
거짓말처럼 내린 우박
2010.11.08 월요일 오늘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 친구들은 축구를 하는 대신에 카드 게임을 하러 우르르~ 어디론가 몰려갔다. 나는 카드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오랜만에 일찍 집으로 향했다. 5단지 쪽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 먼지 같은 구름이 깔렸다. 그리고는 곧 우릉쿠릉쾅~! 푸른 빛의 섬뜩한 천둥번개가 쳤다. 나는 '비가 오려나?' 생각하면서 아침에 혹시나 몰라, 실내화 주머니 안에 우산을 챙긴 일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였다. 그 순간 내 머리 위로 작은 돌 같은 것이 톡! 떨어졌다. 이크! 꼭 작은 자갈돌을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그런 것들이 비가 쏟아지듯이 하늘에서 투두두두~ 떨어졌다! 나는 마구 뛰어 가장 가까운 편의점 천막 아래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2010.11.10 -
TED 광화문, 무대에 서다!
2010.11.06 토요일 꿈만 같던 TEDx 광화문 행사가 끝났다. "사회복지 THE 상상해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린 이번 무대는,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무대에서 처음 해보는 연설이라 얼떨떨했는데, 많은 어른이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행사 시작 전, 무대에서 김현 사회복지사님과 엄마와 몇몇 관계자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리허설을 하였다. 나는 이란 제목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원고를 보면대 위에 놓고, 마이크를 잡고서 넘기며 읽었는데 뭔가 조금 불편하였다. 본 무대에서는 귀에 꼽는 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리허설하는 동안, 나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말을 버벅거리면서, 관객이 있을 객석을 향해 눈도 돌리지 못했다. 조명은 너무..
20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