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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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귀한 손님
2010.01.09 일요일 교과부에 송고할 기사를 작성하려고 서울 국립과학관을 찾았다. 마침 할머니도 컴퓨터를 배우는데 숙제라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 함께 길을 나섰다. 엄마랑 할머니랑 나는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우리는 취재를 마치고 뿌듯한 기분으로, 과학관 앞에서 파는 붕어빵을 와작와작 과자 먹듯이 씹어먹었다. 너무 뜨거워 여기저기 팥을 떨어뜨리면서! 그리고 성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272번 버스는 곧 도착하였고, 우리는 버스 안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쏙 들어갔다. 버스는 출퇴근 시간도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할머니는 운전기사 아저씨 뒤편 셋째 자리에 앉으시고, 나와 엄마는 할머니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버스와 함께 휘청거리면서 갔..
2011.01.13 -
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2009.08.11 -
바다와 갈매기
2008.03.08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우젓을 사려고 소래포구에 갔다가 오이도에 들렀다. 오이도 전망대에 올라갈 때는 다리가 후둘후둘거렸다. 간신히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대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카앙하고 밀려와 머리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 나는 두 팔로 몸을 부둥켜안고 으들들 떨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망대 난간에 서서 상가 쪽을 보았을 땐 그저 그랬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바다는 새파랗고 드넓고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내 마음처럼 출렁거렸다. 바다 건너 저편에는 신기루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가 보였고, 그 가운데에는 사파이어처럼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하였다. 순간 나는 저 바닷물로 뛰어들어 녹아버려서 내가 바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