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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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가신 선생님
2009.06.09 화요일 점심시간, 여러 반이 급식실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잠시 급식 줄이 꽉 막혀 서 있을 때, 갑자기 앞줄 어딘가에서 "응급실~ 웅얼웅얼웅얼~" 하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도, 나는 그것이 우리 선생님께서 연락을 받고, 응급실에 가신다는 소린지 상상도 못했다. 5교시가 시작되자 우리 선생님 대신에, 5학년 1반 선생님께서 교탁 앞에 계셔서 조금 놀랐다. 1반 선생님께서는 술렁이는 우리를 조용히 시키시고,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지셨다. "고지연 선생님께서 응급실에 가셨어요!" 아이들 모두 콰아앙~ 폭발하듯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술렁거렸고, 난 그 순간 머릿속이 걱정스런 생각으로 한꺼번에 슈우욱~ 뭉쳐 덩어리가 되는 것 같았다. 불안하고 걱정스런 생각이 진액처럼 끈끈하게 엉키고 엉켜 ..
2009.06.11 -
걸레질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2009.03.19 목요일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나는 그동안 물감을 풀고 한 번도 닦지 않아서 더러워진 물통을 씻으러, 교실 뒤 수돗가에서 걸레를 펼치고 물을 틀었다. 내 물통은 너무 지저분해서 쉽게 씻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수돗물이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자, 하얗게 말라있던 걸레는 순식간에 축축이 젖어 버렸다. 나는 지그재그로 구부러진 자바라 물통을 쫙 펴서 물을 잔뜩 받은 다음, 구정물처럼 시커먼 물을 돌돌 헹궈서 다시 버렸다. 그런 다음 젖은 걸레로 물통 안쪽의 맨 밑바닥을 벅벅 닦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아 양쪽을 뾰족하게 만들어 물기를 쭉 짜내고, 물통 안쪽의 쭈글쭈글한 틈 사이에 박혀있는 물감 얼룩을 꼼꼼히 닦아내었다. 힘을 주어 닦을수록 물통의 틈새는 투명해지고, 걸레는 이끼가 낀 것처럼 ..
2009.03.21 -
폴짝폴짝 고무줄 뛰기
2008.11.13 목요일 오늘 힘찬이 교실을 할때 보건 선생님께서, 며칠 전에 배운 음악 줄넘기를 복습하게 하신 뒤, "자, 이제 고무줄 하자!" 하셨다. 나는 곧 경훈이에게 고무줄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고무줄 놀이를 하는 거야. 원래 수요일이 게임 활동 하는 날인데, 어제 공개 수업 하느라 힘찬이 교실을 못해서, 오늘 게임 활동을 하는 거야!" 하였다. 먼저 누나 두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편을 갈랐다. 그 다음 상대편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멀직이 떨어져 서서, 그 두명의 발목에 노란색 고무줄을 길게 늘어뜨려 걸었다. 그리고나서 우리편 아이들이 콩깍지에 들어간 콩알처럼 줄줄이 고무줄 안에 들어가 섰다. 첫번째, 고무줄을 발목에 걸치고 말뚝처럼 서 있는 양쪽의 누나들과, 나머지 고무줄 밖에서 구경..
200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