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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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이 시큼한 홍어의 맛
2011.04.16 토요일 컹~ 킁~! 콧속으로 병원의 소독약과 식초를 섞은듯한 미묘한 냄새가 전해져 왔다. 꼭 어릴 때 숨을 헐떡거리면서 심하게 울면 코끝에서 그런 냄새가 났던 것 같은데 말이다. 계속 맡고 있자니 머리가 조금 띵해져서, 나는 내콧가에 젓가락으로 집어 가져갔던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홍어라는 살덩이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우리 외가가 오랜만에 다 모인 경축스러운 날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할머니께서 70번째 맞이하는 생신이기 때문이다. 8년 전, 할아버지의 칠순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엄마, 큰삼촌, 작은삼촌은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셨나 보다. 처음에는 뷔페 식당 같은 데서 잔치를 하려다가, 다시 계획이 바뀌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려고 했다가, 할머니 취향에 맞지 않는 것 ..
2011.04.20 -
새 안경
2009.12.17 목요일 바람이 살벌한 저녁, 하아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는 엄마와 함께 상가에 새로 생긴 안경집 문을 힘껏 밀었다. 안경집 벽을 따라 쭉 늘어선 네모나고 기다란 유리 상자 안에는, 온갖 종류의 보석 같은 안경테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어젯밤 자려고 안경을 벗다가, 며칠 동안 간당간당했던 오른쪽 테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 안경테에 테이프를 감고 썼는데, 그것도 떨어져 버려 한쪽 테만 붙잡고 해적이 된 기분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주인아저씨는 "네, 아드님하고 다시 오셨군요~" 하며 밝게 맞아주셨다. 엄마가 오후에 아이 지킴이 활동을 하시다가, 내 부러진 안경을 고치러 안경점에 들렀는데, 심하게 부러져 고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테를 바꾸러 나와..
2009.12.19 -
맘모스와 호랑이 놀이
2008.03.19 수요일 2교시 쉬는 시간, 나는 우석이를 만나러 옆반 4학년 3반 교실에 들러보았다. 거기서 우석이와 잠시 놀고 나가려는데,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우빈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를 덮쳤다. 우빈이는 양팔로 자기 어깨를 감싼 자세로 계속해서 내 어깨를 밀어붙였다. 나는 어어 밀리다가 맞서서 같이 밀어붙였다. 우리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코뿔소처럼 씩씩거리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밀고 밀리다가, 우석이까지 합세하여 밀기 놀이에 열을 올렸다. 갑자기 복도를 지나가던 고학년 형아들이 우리를 보더니, 나와 우빈이에게는 "뚱뗑이!" 하고 외쳤고, 우석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뼈다귀!" 하고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우석이는 화를 내며 "나 뼈다귀 아니야~! 얘들도 뚱뗑이 아니구!" 하고..
200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