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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산책
2010.07.16 금요일 밤 9시, 엄마, 아빠는 갑자기 나갈 준비를 하시며 "엄마, 아빠 산책간다!" 말씀하셨다. 나와 영우도 얼떨결에 축구공을 가지고 따라나섰는데, 아빠는 신경이 쓰여서 산책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축구공을 놀이터 옆 풀숲에 묻어두고 본격적으로 밤 산책을 시작하였다.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풀의 향기가 밤의 어둠과 고요에 떠밀려왔다. 밤 공기는 살짝 으스스 추웠다. 나는 소매가 없는 옷을 입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달렸다.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흠하~ 흐음 하아~' 숨을 쉬면서 규칙적으로 팔을 저으며 달리니, 속도는 느려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한참 달리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미 아파트 단지는 멀어져 있었고, 가족들은 한참 뒤에 따..
2010.07.17 -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태양이 돌아오면
2009.07.14 화요일 나는 요즘 태양이 없는 나라에 사는 기분이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보이는 옥수수밭이, 비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고, 꿋꿋해 보이던 나무들도 옆으로 힘없이 쓰러져있고,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가 전깃줄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흠뻑 젖은 책가방에서 젖은 책들을 꺼내 마룻바닥에 쭉 늘어놓고 말리는 게, 급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겨우 마른 책을 가방에 넣고, 다시 콜록콜록거리며 비를 맞고 학교로 간다. 우산은 더 비를 막아주지 못해 쓸모가 없어졌고, 지난주 비폭탄을 맞은 뒤로 걸린 심한 감기가, 계속 비를 맞으니까 거머리처럼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우리는 온종일 내리는 쇠창살 같은 장맛비에 갇혀, 이 불쾌감과 ..
2009.07.15 -
결핵을 조심해!
2008.11.19 수요일 보건 수업 시간에 우리는 호흡기 질병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1학기 말부터 매주 수요일 3교시에 하는 이 수업을 나는 기다린다. 비록 기초 의학 지식이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이 나의 마음을 뛰게 하고, 내가 마치 의사 수련생이 된 듯한 착각이 드니까! 모든 호흡기 질병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처음엔 잘 알아볼 수가 없지만, 풍진, 수두, 볼거리, 유행성 감기, 폐렴, 결핵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선생님께서 이를 컴퓨터로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시면, 우리는 열심히 그것을 또각또각 받아 적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결핵을 설명하실 때, 다른 질병을 설명하실 때랑 목소리가 좀 달라지셨다. 심각한 표정으로 "결핵은 이 질병 중에 가장 위험한 질병이야. 한번 걸리면 최소한..
2008.11.21 -
노래하는 분수
2008.04.05 토요일 우리 가족은 호수 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앞 광장으로 가서, 오후 내내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을 하였다. 스케이트를 벗고 집에 가려는데, 방송에서 "잠시 후 7시, 고등학교 관악단의 특별 공연이 있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팔을 붙들며 "공연 보고 가요! 네?" 하며 졸랐다. 우리 가족은 분수대 맞은 편, 공연이 시작될 계단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공연 볼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리 앞자리에 서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볼 수가 없어서, 무대 뒤 편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껏 콩콩 뛰며 연주를 들었다. 생각보다 짧게 공연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가려고 하는데, 또 방송에서 "잠시 후엔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노래하는 분수의 공연이 펼쳐지겠습니다. ..
200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