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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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10.27 수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광화문에 있는 올레스퀘어 건물 1층에 도착했다. 로비 왼쪽으로는 커피 냄새가 살짝 살짝 진동하는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로 나온 핸드폰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마구 울렸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중, 아이폰 4를 재미있게 눌러보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기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네, 상우입니다!"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저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
2010.10.29 -
이름 없는 삼계탕 집
2010.07.25 일요일 오늘은 8월에 이사할 할머니 댁에 겨울옷을 정리하러 갔다. 옷걸이를 설치하고, 그 많은 옷을 걸어놓는 일은 가족이 도와가며 하니, 착착 진행되어 빨리 끝났다. 일이 끝나고 할머니께서는 더운 날씨에 우리 몸보신 하라고, 유명한 삼계탕을 사주신다고 하였다. 토속촌은 할머니 댁에서 몇 골목만 돌아가면 나오는 곳인데, 작년 이맘때도 사주셔서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맛에 이끌려 수많은 사람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먹는 데는 아주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계탕 노래를 불렀던 나와 영우는, 골목길을 힘차게 폴짝폴짝 앞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골목이 나왔다. 그 골목에..
2010.07.27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 -
날씨가 추워져요!
2008.10.23 목요일 오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놀랐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할 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내 몸을 쓱~ 휩쓸고 갔다. 나는 너무 추워서 온몸이 핸드폰 진동처럼 즈즈즈즉 흔들렸다. 그리고 '후~' 숨을 한번 내뱉었는데, 입에서 입김이 눈보라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아! 그동안 그렇게 덥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추위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깡 말라서 쪼글쪼글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칼바람을 못 이기고 후두 두둑 떨어져 내렸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으으~ 하면서 걸었다. 영우는 아흐흐흐~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바람에 대항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자꾸 바람이 얇은 잠바 옷깃으로 스며들어 와서, 뼛속까지 관통하고 빠져나..
2008.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