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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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도서관에서 먹은 라면
2010.10.09 토요일 오늘은 주말에 집에서 뒹굴지 않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보려고, 종로도서관 자율 학습실로 갔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중학생, 고등학생 형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나는 어렵게 구한 번호표를 가지고, 제4 자율 학습실로 들어가 공부를 하였다. 밖에 사직공원에서는 무슨 운동회가 열리는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어기여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소리로 한창 시끄러웠다. 그래도 나는 운동회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추어 즐겁게 수학 문제를 풀었다. 어느새 길고 어려웠던 수학 1단원이 끝나고,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켰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빠가 두고두고 쓰라던 만원을 들고, 지하 1층의 매점으로 한달음에 겅중겅중 소리 없이 뛰어갔다. 도서관 식당도..
2010.10.12 -
복도 청소
2008.08.22 금요일 며칠 뒤 개학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반이 학교에 청소하러 가는 날이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들떠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고 집을 나섰다. 밖에는 나무젓가락처럼 길고 굵은 빗줄기가 '타닥타닥' 땅을 후려치듯 내리고 있었고,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한 우산을 펼쳐서, 파란 우산 지붕을 머리 위에 이고 힘차게 다리를 쫙쫙 벌려 걸었다. 학교 가는 길엔 아무도 없었고, 정문 앞에 다다르니, 8시 30분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경훈이가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가 아침까지 그치지 않아 세상은 물에 잠긴 듯, 온통 축축하고 싸늘했다. 하늘은 퀘퀘한 담배 연기 색깔이었고, 가끔..
2008.08.26 -
2007.03.15 새 책상
2007.03.15 목요일 영우와 나는 저녁을 먹고 들뜬 마음으로 주문한 새 책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쓰던 책상과 책장이 너무 낡아져서 아빠가 영우 것과 함께 새 책상을 주문하셨는데 오늘 오기로 한 것이다. 내가 쓰던 책상은 책장이 옆에 있어 책을 꺼내고 꽂기가 불편했는데, 새 책상은 책꽂이가 바로 앞에 놓여 있어서 책을 꺼내기가 쉽게 돼있다. 나는 봄방학 끝날 때 쯤 아빠와 함께 가구점에서 이 책상을 만났는데, 마음에 쏘옥 들어서 기다리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밤 9시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마 청소도 돕고 아빠가 낡은 책상을 옮기는 것도 도우며 기다렸는데, 10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안오는 것이다. 게다가 잠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먼저 자라고 하셨지만 영우와..
200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