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2)
-
서러운 감기
2008.03.26 수요일 3교시 수업을 앞두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쑤시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아침에 먹었던 주먹밥 냄새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는 속으로 '이제 소화가 되나 보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앞 복도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수그려지면서, 입에서 하얀색 액체가 액!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더니 그것은 복도 바닥에 떨어져 눈사태처럼 쌓였다. 나는 놀라 '어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지나가던 아이들이 똥 싼 괴물을 본 것 마냥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고, 어떤 아이는 코를 막고 "아이, 더러워!" 하며 나를 피해 갔다. 나는 진땀이 나면서 목이 찔리듯 따끔따끔 아파졌지만, 더 괴로웠던 것은 아이들이 나를 못 견디게 더러운 눈으로 바라..
2008.03.28 -
2007.01.03 싸늘한 운동장
2007.01.03 수요일 영어 수업을 마치고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방학이라서 교실 문들이 모두 잠겨 있었다. 그래서 운동장까지 밀리듯 가 보았다. 나는 운동장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이가 오들오들 떨리고 주먹밥이 얼음 덩어리처럼 차갑고 딱딱했다. 입을 벌릴 때마다 추위가 솔솔 들어와서 먹고 난 다음에 언 입을 손으로 닫아 주어야 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모래 바람까지 날려서 잠바로 도시락을 감싸고 먹어야 했다. 집 나온 거지가 이런 것일까?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러나 내가 북극에 앉아 언 물고기를 먹고 있는 펭귄 같다는 기분이 들어 웃음도 났다. 엉덩이까지 얼어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언 몸을 이끌고 뚱기적 뚱기적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
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