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2)
-
부모님께 드리는 글
2014.03.05 수요일 어렸을때부터 저는 늘 잠자리에 쉽게 들지 못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별의별 생각이 머리로부터 빠져 나와 밤의 어둠 속에서 자유로이 유영을 합니다. 그 생각들은 때로는 터무니 없는 망상,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우, 철거농성자의 아픔처럼 현실적인 문제까지, 여러가지 주제로 밤마다 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만 15세의 나이가 되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요근래에 지독하게도 저의 머리를 헤집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회의는 처음 가져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노력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안함과 자책감이나, 너무 배가 불러 인간사를 쉽사리 내려다 보려는 오만함에서 우러난 생각이 아..
2014.03.07 -
담뱃갑 만들기
2009.09.30 수요일 3교시 보건 시간, 지난 시간에 이어 담배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보건 선생님께서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우리나라 담뱃갑과 외국 담뱃갑 사진을 차례차례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둘이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다른지 몸서리쳤다. 우선 우리나라 담뱃갑에 그려진 그림은, 예쁘고 단순했다. 시원한 대나무 그림, 파란 동그라미 그림, 귀여운 고양이 그림! 이들은 오히려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신선해 보였다. 거기에 반해 외국의 담뱃갑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담배 때문에 입을 벌린 채 파랗게 일그러진 얼굴로 사망한 시체 사진, 뇌에서 피가 입체적으로 콸콸 솟구치는 사진, 쭈글쭈글 썩어가는 폐사진! 담배로 파괴된 몸을 나타낸 그림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조차 저렇게 되지..
200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