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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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02.14 목요일 오늘따라 선생님은 유달리 바빠 보이셨다. 내가 헐레벌떡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오셨나 힐끔 교탁을 보았을 때, 의자에 선생님 외투가 걸려 있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듯했다.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은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거시더니, 3학년 연구실로 또 가버리셨다. 종업식 날조차 바쁘신 선생님이 나는 아쉽기만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 오뚝이 눈알처럼 두 눈을 왔다갔다하며 선생님을 부지런히 쫓았다. 우리는 방송으로 교장 선생님의 따분한 연설을 들으며 종업식을 맞이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좀 달라 보이셨다. 머리를 완전히 풀고 오셨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다니셨는데, 머리를 푸시니까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보이셨다. 내..
2008.02.15 -
2007.03.15 새 책상
2007.03.15 목요일 영우와 나는 저녁을 먹고 들뜬 마음으로 주문한 새 책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쓰던 책상과 책장이 너무 낡아져서 아빠가 영우 것과 함께 새 책상을 주문하셨는데 오늘 오기로 한 것이다. 내가 쓰던 책상은 책장이 옆에 있어 책을 꺼내고 꽂기가 불편했는데, 새 책상은 책꽂이가 바로 앞에 놓여 있어서 책을 꺼내기가 쉽게 돼있다. 나는 봄방학 끝날 때 쯤 아빠와 함께 가구점에서 이 책상을 만났는데, 마음에 쏘옥 들어서 기다리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밤 9시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마 청소도 돕고 아빠가 낡은 책상을 옮기는 것도 도우며 기다렸는데, 10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안오는 것이다. 게다가 잠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먼저 자라고 하셨지만 영우와..
2007.03.15 -
2006.07.04 할아버지
2006.07.04 화요일 우리는 고려대 병원에 가서 응급실을 찾았다. 먼저 도착한 삼촌이 대기실 문 앞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빈 병원 침대 위에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실려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온 몸에 링겔 바늘을 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계셨다. 마치 비가 오면 꺼질 것같은 촛불처럼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가 점심을 잡수시고 바람을 쐬러 산에 올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할아버지 뇌 사진을 보여 주셨다. 할아버지의 왼쪽 뇌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뇌경색이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 조마 조마하여 가슴이 쿵 쿠르릉 ..
2006.07.04